5인 가족 고깃집 가면 약 50만원…어버이날 앞두고 한숨짓는 서민들

40대 직장인 송모씨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고깃집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고깃집 매뉴판을 보니 국내산 한우 등심이 1인분에 7만5000원(130g) 이었던 것이다. 송씨가 와이프와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5명이 식사를 하면 고깃값만 37만5000원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식사로 냉면(2만원)을 시키면 10만원이 추가 돼 총 금액은 47만5000원이 된다. 송씨는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려했는데 월급쟁이는 상상도 못하는 금액”이라며 “분위기 좋은 한식집을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게시된 메뉴안내문. 뉴시스

외식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장을 보거나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일이 두려워질 만큼 물가 압박이 크다. 서민들의 대표 음식인 냉면, 김밥, 비빔밥 가격이 크게 올랐다. 게다가 치킨, 피자, 버거 등 프랜차이즈 먹거리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파와 토마토가 급등하고 배추, 시금치 같은 신선채소 또한 장바구니에 담기 힘들 만큼 많이 올랐다. 이런 현상은 약 3년째 지속되고 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4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9%)보다 0.1%포인트 높다.

 

이로써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돈 현상이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이어졌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절반 정도인 19개가 평균을 상회했다.

 

떡볶이가 5.9%로 가장 높고 비빔밥(5.3%), 김밥(5.3%), 햄버거(5.0%), 도시락(4.7%), 칼국수(4.2%), 냉면(4.2%) 등 순이다. 39개 품목 중 물가가 내린 품목은 없다.

 

외식 물가 상승은 사과와 배 등 과일류 가격이 폭등한 데다가 최근 양배추 한 통이 1만 원에 달하는 등 채소류 가격까지 덩달아 뛴 데 따른 영향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26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돌다가 2월에 역전돼 지난달까지 석 달째 전체 평균을 하회 중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 35.6%인 26개는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설탕이 18.6%로 가장 높고 이어 소금(17.4%), 양주(10.6%), 건강기능식품(8.7%), 발효유(6.7%), 우유(6.2%) 등 순이다.

 

가격을 내린 품목도 있다. 정부가 사실상 가격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소주(-1.3%)와 밀가루(-2.2%), 라면(-5.1%), 김치(5.5%) 등 26개 품목은 물가가 내렸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와 라면 가격은 꾸준히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두 품목의 납품가가 내렸지만 음식점들은 가격 하락분을 반영하지 않고 ‘고물가’에 편승해 가격을 계속 올린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외식 소주 가격 상승률은 1월 4.8%, 2월 3.9%, 3월 1.9%로 집계됐다.

 

‘국민 간식’ 김밥과 치킨, 피자도 줄줄이 올랐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이 지난달 바른김밥 등의 가격을 인상했고,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는 9개 메뉴 가격을 1900원씩 올렸다. 피자헛도 최근 갈릭버터쉬림프 등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앞에서 관광객들이 김밥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언제까지 제품 가격 인상을 억제 하겠냐” 며 “원재료 가격이 올라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때는 가격통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가는 한번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한훈 차관 주재로 식품·외식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