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침수‧70대 노부부 사망… 어린이날 폭우에 피해 속출

어린이날 내린 폭우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고 마을이 침수되는가 하면 새벽에 조업에 나섰던 70대 노부부가 숨지는 등 전국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어린이날인 5일 제주도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행인이 고립되거나 전봇대·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사진은 이날 제주도 한 거리에서 강풍에 꺾인 신호등.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6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5일 오후 8시30분까지 누적 강수량이 한라산 삼각봉 896.5㎜, 진달래밭 873㎜, 윗세오름 694㎜, 영실 690㎜ 등 최대 900㎜에 육박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날 오후 8시 제주공항 출발‧도착 항공편 71편(출발 38편, 도착 33편)이 결항했고, 지연 운항한 항공편도 252편에 달했다.

 

고립 사고와 전봇대‧나무 쓰러짐 등 전날 오후 6시까지 10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광주와 전남에도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보성이 267.5㎜로 가장 많은 비가 왔다. 지난 5일 하루에만 광양에는 198.6㎜과 진도에는 112.8㎜가 내려 5월 하루 강수량 최대치를 경신했다. 완도는 139.9㎜, 순천은 154.1㎜, 강진은 129.2㎜의 비가 내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5월 하루 강수량을 경신하기도 했다.

6일 오전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귀리밭에서 귀리가 쓰러져 있다. 강진에는 전날 하루 동안 129.2㎜의 비가 내리면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5월 하루 강수량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고흥에서는 조생 벼 80㏊가 침수되는 등 전남 지역 곳곳에서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 보성과 광양, 장흥 등에서 주민 90명이 사전 대피했다. 전날 오후 2시쯤 광양시 광양읍 덕례리 한 교각 굴다리를 지나던 차량이 도로 침수로 고립돼 일가족 4명이 소방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전남소방본부는 인명 구조 1건을 포함해 76건의 신고가 접수돼 안전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강우량을 기록하고, 특히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기 때문에 읍‧면단위로 세분화해 통계를 내고 피해 대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폭우로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지난 5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호우 및 강풍 관련 15건의 안전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2시30분쯤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한 지하점포에 물이 들어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전날 오후 9시22분에는 기장군의 한 도로에서 큰 나무가 쓰러지고, 토사가 흘러내려 도로를 가로막았다.

 

비슷한 시각 사상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창문이 떨어졌다. 현수막이나 간판, 신호등 카메라 등이 떨어졌다는 신고도 있었다. 부산에는 전날 호우·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가 이날 오전 해제됐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해운대구에는 모두 121.5㎜의 비가 쏟아졌고, 부산진구는 118.5㎜, 남구 108㎜, 중구 101㎜의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이날 오전 4시를 기해 경남도내 전 시‧군에 내려진 호우 특보가 해제됐다. 도내 평균 누적 강우량은 108.3㎜로 집계됐다. 이번 비로 창원을 포함한 경남 소방당국의 구조 등 안전 조치 건수는 총 69건으로 파악됐다.

 

남해가 260.6㎜로 가장 많이 내렸고, 하동 234.5㎜, 진주 156.5㎜, 창원 133.3㎜, 고성 113㎜, 통영 109.1㎜, 거제 106.4㎜, 김해 105.2㎜로, 대부분 지역에서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날 오후 11시39분 합천군 대양면 한 마을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마을 내 48가구가 침수 피해를 당해 5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자력으로 대피했거나 소방대원의 구조로 인근 복지회관 등에 대피했다.

어린이날 내린 폭우로 경남 합천군 대양면에 있는 한 마을이 물에 잠겨 5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남도소방본부 제공

진주의 한 마을에서도 물이 불어나면서 28명이 인근 경로당이나 교회 등으로 긴급 대피하고, 하동군의 한 마을에서도 4명이 경로당으로 대피했다.

 

창원에서는 정전도 잇따라 발생했다.

 

전날 오후 4시30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에서는 비바람에 넘어진 가로수로 전선이 끊어지면서 아파트 4개 2625가구가 정전됐다가 2시간 만에 복구됐다.

 

또 같은 시각 성산구 사파동에서는 변압기에 이물질이 들어가 26가구 정전이 발생해 2시간 만에 복구되기도 했다.

 

전날 오후 5시33분쯤 고성군 대가면 대가저수지 인근에서 사람이 농수로에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실종된 주민은 70대 마을 주민으로, 이날 오전 6시5분쯤 1.6㎞가량 떨어진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5일 오후 고성군 대가면 척정리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경남도는 이번 비로 추가 피해가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복구 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다.

 

또 전날 오전 11시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인근 바다에서 1.26t 연안 통발 어선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다른 어선의 신고가 울산해양경찰서에 접수됐다.

 

수색작업을 벌이던 해경은 신고 접수 6시간 만인 오후 5시12분쯤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 남서쪽 500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숨진 70대 노부부를 발견했다.

 

해경 조사에서 이들 부부는 같은 날 오전 4시6분쯤 부산시 기장군 월내항에서 조업을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어선 내부에 어획물 등이 있는 것을 토대로 이들 부부가 조업 중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