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혼 논란’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 줄폐지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지자체별로 대상에 수백만원씩 지원
전체 22개 지자체 중 5곳만 사업 시행
“정착 지원 초점둔 정책들로 전환 추세”

지역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던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사업’이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6일 인천 옹진군청에 따르면 군은 올해 3월부터 ‘주민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폐지했다. 옹진군은 2011년 제정된 관련 조례를 근거로 옹진군에 1년 이상 살던 주민이 성별 불문 국제결혼을 할 경우 최대 300만원을 지급해 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원도 삼척시도 지난해 10월 유사한 사업의 조례안을 폐지했는데, 시는 2008년부터 지역에 거주하는 만 35세 이상∼50세 미만 미혼 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경우 한 사람당 500만원을 지원해 왔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사업’ 관련 조례를 갖고 있는 지자체는 인천 강화군, 강원도와 강원 고성·정선·양구·홍천·철원·화천군, 충북 단양군, 충남 서산·부여군, 경남 통영·사천·진주시·함양·함안군·하동·합천군, 전북 부안군, 전남 여수시·강진군 등 22곳뿐이다. 이들 대부분은 조례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까지 사업이 시행되는 지자체는 강화·고성·정선·강진·하동군 등 5곳이다. 고성·하동·정선·강화군은 35세 이상 남성, 강진군은 30세 이상~45세 미만 남성을 대상으로 국제결혼 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제결혼 지원 정책은 10여년 전부터 농어촌 지자체를 중심으로 인구 감소를 완화하자는 취지로 등장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매매혼을 조장하고 외국인 여성을 인구 증가 도구로 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 움직임이 일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2021년 발표한 국제결혼 중개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결혼 커플이 만나서 결혼할 때까지 소요된 기간은 5.7일에 그쳤다. 한국인 배우자가 결혼중개업체에 낸 중개 수수료는 평균 1372만원인 반면 외국인 배우자가 낸 수수료는 69만원에 불과했다. 중개업을 통한 국제결혼이 매매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결혼은 부부 간 나이 차도 많이 나는 편이다. 한국인 배우자의 연령은 40대(61.9%)가 가장 많은 반면 외국인 배우자는 대부분이 20대(79.5%)였다.

지자체들은 결혼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이주여성이 한국에 와서 겪는 어려움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국제결혼 지원 사업을 폐지한 옹진군은 대신 다문화가정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문을 연 옹진군가족센터는 올해부터 결혼이민자를 위한 통번역 서비스와 한국어 교육, 다문화 자녀 기초학습 교육 등을 제공한다. 옹진군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국제결혼 지원에 대한 여러 지적이 있어, 대신 이주여성 한국어 교육 등 결혼 이후의 어려움을 돌볼 수 있는 정책들로 전환 중”이라며 “옹진군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도 비슷한 흐름을 따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