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침수·항공기 결항… 폭우가 할퀸 어린이날 연휴

4∼5일 제주에 900㎜ 쏟아져
항공편 323편 지연·결항 ‘차질’
경남 48가구 잠겨… 70대 사망
울산선 조업나간 노부부 숨져

어린이날 연휴 기간 전국을 덮친 폭우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마을이 침수되는가 하면 새벽에 조업에 나섰던 70대 노부부가 숨지는 등 재산·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비는 7일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8일 오후 중부 지방부터 점차 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이날인 5일 급변풍 등 기상 악화로 항공편 결항이 속출한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층의 항공편 안내판이 결항과 지연 등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5일 제주 주요 지역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삼각봉 896.5㎜, 진달래밭 873㎜, 윗세오름 694㎜, 영실 690㎜ 등 900㎜에 육박했다. 이로 인해 전날 오후 8시 제주공항 출발·도착 항공편 71편(출발 38편, 도착 33편)이 결항했고, 지연 운항한 항공편도 252편에 달했다.

 

광주와 전남에도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보성이 267.5㎜로 많은 비가 왔다. 지난 5일 하루에만 광양에는 198.6㎜, 진도에는 112.8㎜가 내려 5월 하루 강수량 최대치를 경신했다. 완도는 139.9㎜, 순천은 154.1㎜, 강진은 129.2㎜의 비가 내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5월 하루 강수량을 경신하기도 했다. 고흥에서는 조생 벼 80㏊가 침수되는 등 전남 지역 곳곳에서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다.

 

경남과 울산에서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전날 오후 11시39분 경남 합천군 대양면 한 마을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마을 내 48가구가 침수 피해를 당해 5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날 오후 5시33분쯤 고성군 대가면 대가저수지 인근에서 사람이 농수로에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실종된 주민은 70대 마을 주민으로, 이날 오전 6시5분쯤 1.6㎞가량 떨어진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5일 오후 7시 20분쯤 전남 담양군 용면의 한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소방당국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전남소방 제공

또 전날 오전 11시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인근 바다에서 1.26t 연안 통발 어선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다른 어선의 신고가 울산해양경찰서에 접수됐다. 수색 작업을 벌이던 해경은 신고 접수 6시간 만인 오후 5시12분쯤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 남서쪽 500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숨진 70대 노부부를 발견했다. 해경은 어선 내부에 어획물 등이 있는 것을 토대로 이들 부부가 조업 중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약한 비가 예보됐다. 수도권은 5∼10㎜, 전라권·경상권과 강원은 5∼20㎜의 비가 오겠고 그 밖의 지역도 10㎜ 안팎의 비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