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최초의 국제전쟁이라고 불리는 전쟁이 있다. 신성로마제국을 비롯한 중부유럽에서 벌어진 전쟁, 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뉘어 벌인 전쟁이지만 정작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변질된 17세기 최대의 사건인 ‘30년전쟁’이다.
‘30년전쟁’의 배경 속에는 자유도시와 신교의 성장이 있었다. 자본의 발달로 도시가 성장했고, 더 이상은 중세적인 교리는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한 도시민들은 개신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독일의 막스 베버의 저서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따르면 가톨릭이 부자는 천국에 가기 힘들다고 말하는 무소유의 가치를 전달하던 것에 비해, 개신교는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교리를 내세웠다. 이 때문에 개신교는 부유한 사람들을 비롯해 서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감자는 군대의 대표적인 보급품이 된다. 예컨대 나폴레옹이 러시아 모스크바로 진군할 때 감자가 군 보급품으로 지급됐다. 감자는 전쟁에 의해 보급됐고, 작물로 자리 잡았고 술로도 발전한 것이다.
한국에는 1824년쯤 산삼을 찾기 위해 숨어들어온 청나라 사람들의 식량으로 몰래 경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1920년대 강원도 회양군에서는 독일인 매그린이 난곡이라는 감자 품종을 개발했고, 자기 땅을 잃어버린 화전민이 많이 모인 강원도는 감자 재배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본격적인 감자 주산지로 떠오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감자로 만든 전통 증류주도 나왔으면 좋겠다. 감자빵, 옹심이 등 감자를 이용한 수많은 음식이 있지만 감자를 이용한 술은 매우 적다. 옹심이 국물과 함께 즐길 감자 증류주를 만날 날이 오기를 바란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