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에 담긴 정성… 경양식 특유의 감성을 맛보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동대문 ‘장안정’

돈가스·함박스테이크·생선튀김에
직접 담근 깍두기와 크림수프까지
파티션 쳐진 테이블도 추억 불러와
그레이비·타르타르 소스 최고 궁합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도 감동 더해
채광이 좋은 백년식당 장안정은 점심시간을 즐기려는 직장인에게도, 수업이 끝나고 찾아온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생선튀김, 직접 담근 깍두기, 크림수프를 먹고 있자면 장안정의 정식이야말로 경양식의 정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안정 돈까스

◆동대문 장안정

 

집 근처에 있는 중랑천은 산책하기가 참 좋다. 어머니 어릴 적 이야기 속에는 중랑천변에는 판자집이 즐비했었고 그 시절엔 중랑천에서 물놀이도 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중랑천을 참 많이 찾았는데 서울 태생인 내게 중랑천변의 풀 내음과 물비린내는 가끔 시골에 놀러가야지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그 시절의 중랑천 둑방길은 날씨가 따뜻해질 때쯤이면 동네 사람들이 돗자리를 들고 나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왁자지껄한 저녁을 보냈었다. 그 당시에는 운동하러 나가면 둑방길에서 걷기 참 불편하다 생각이 들었는데 가끔은 그 길 가득 풍기던 고기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립기도 하다.

 

그 둑방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장안동이 나온다. 둑방길 따라 산책하는 그 길 너머인 장안동은 바로 옆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먼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참 설레었다. 아들이 태어난 병원은 장안동에 위치해 있다. 산부인과 병원이 집에서 가깝고 또 시설이 좋기에 내게는 그저 옆 동네인 장안동을 그 병원 덕분에 자주 찾게 되었다. 입원해 있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과자나 김밥, 과일 등 이것저것 사러 돌아다니다 보니 아파트들 사이에 위치해 분명 고층건물들도 즐비한데도 거리 가득히 묘하게 빛나는 채광이 참 좋게 느껴졌다.

 

심부름 중 혼자 점심을 즐겼던 ‘장안정’의 돈가스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혼자 오는 손님들을 늘 반겨주는 미소와 또 빠르게 나오는 음식, 경양식 특유의 감성과 접시 속에 넘치는 정성이 느껴졌다. 맛은 말해 무엇하랴. 접시 가득 담긴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장안정은 기사식당이다. 다른 곳에서 영업하다 현재 자리로 이사를 왔는데, 기존에 있던 곳보다는 가게 내부와 주차장은 작아졌지만 더 청결하고 단단해 보였다.

장안정 기본 반찬

◆장안정의 정식

 

오랜만에 장안정을 찾았다. 마치 옛날 경양식 집에 있을 법한 파티션이 쳐져 있는 테이블로 안내를 받고 둘러보니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임에도 혼자 식사를 하는 손님이 많았다. 자리에 앉아 정식을 주문하니 곧 어묵 두 알이 들어간 국물과 수프가 나왔다. 콩소메(consomme)와 포타주(potage)가 함께 나오다니 정말 시작부터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국물에 담겨 있는 어묵 두 알이 참 고마웠다. 밥그릇이 아닌 넓은 그릇에 담긴 쌀밥, 경양식집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직접 담근 깍두기의 빛깔이 멋져 보여 입에 침이 고였다.

 

오래지 않아 정식이 나왔다. 주먹만 한 함박스테이크와 그레이비 소스에 흠뻑 젖은 돈가스, 타르타르를 얹은 생선가스가 큰 접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넓게 펼쳐 누른 고기를 바삭하게 튀겨 특제 소스를 뿌린 장안정의 돈가스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를 알 것 같은 맛이었다. 소박하며 정겹고 또 따뜻했다.

장안정 정식
장안정 생선가스

돼지고기 함량이 높은 함박스테이크는 한입 먹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기사식당 특성상 꽤 두툼한 함박스테이크를 빠른 시간에 내려면 미리 초벌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안정의 함박스테이크는 꽤 부드러웠는데 수분감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 느낌이 다분했다. 함박스테이크 위의 서니사이드업 달걀 프라이는 이곳 사장님이 추구하는 세월의 낭만이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경양식집에서의 정식이라는 메뉴의 정석을 먹는 것 같았다.

 

◆함박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는 싫어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다지거나 곱게 간 고기를 반죽해 뭉쳐 구운 요리로, 소스를 끼얹어 먹으면 근사한 요리 한 접시가 되고 빵 사이에 끼워 먹으면 햄버거가 된다. 우리에게 비슷한 요리로는 떡갈비가 있다. 다진 고기를 치대어 반죽해 구운 요리라는 점에서 참 유사하다.

 

요리사의 관점에서 본 떡갈비와 함박스테이크의 차이는 반죽의 치댐 차이와 반죽 시에 양념을 넣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떡갈비는 반죽을 치대어 쫀쫀하게 만들고 함박스테이크는 최대한 덜 치대면서 모양을 만들어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것이 좋다. 또 떡갈비에는 양념을 넣고 치대기에 직접 열을 닫는 프라이팬보다는 그릴에 구워야 덜 탄다. 함박스테이크는 구워준 후 소스를 뿌려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안정 함박스테이크

■페퍼크림소스를 곁들인 함박스테이크

 

<재료(3인분)> 소고기 민스 200g, 돼지고기 민스 300g, 빵가루 10g, 우유 30ml, 다진 양파 20g, 다진 마늘 15g, 다진 버섯 20g, 소금 2분의1큰술, 건바질 약간, 흑후추 약간, 버터 15g.

 

<페퍼소스 재료> 돈가스 소스 50ml, 흑후추 2g, 그린페퍼 절임 2g, 휘핑크림 30ml, 우유 15ml, 가루 파르메산 치즈 10g, 간마늘 10g, 버터 5g

 

<만드는 법> ①다진 양파, 마늘, 버섯은 볶아 준 후 식혀 주고 위 분량의 재료와 섞어 치대어 준다. ②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 앞뒤로 구워준 후 200도 오븐에 7~8분 넣어 구워준다. ③페퍼소스는 냄비에 버터와 간 마늘을 볶아 준 후 우유와 돈가스 소스를 넣고 끓여준다. ④끓기 시작하면 휘핑크림을 넣고 그린페퍼 절임과 흑후추를 넣어 준다. ⑤가루 파르메산 치즈를 넣어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