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상장회사 지분을 공개매수한 뒤 자진 상장폐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모펀드는 비상장 상태로 경영 효율화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앞서 지분을 취득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100% 출자법인인 한국이커머스홀딩스는 24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커넥트웨이브의 지분을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커넥트웨이브는 이커머스 업체 다나와의 운영사다. 공개매수 목표 지분은 잠재 발행주식 총수(5623만477주)의 38.90%인 2187만4333주로, 성공하면 1대 주주인 한국이커머스홀딩스와 관계사 지분은 87.60%까지 오른다.
MBK파트너스 측은 “응모율과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전부를 매수할 것”이라며 “상장폐지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사모펀드들이 공개매수로 상장사 지분을 끌어올린 뒤 상장폐지에 나서는 이유는 각종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 펀드 등의 경영권 간섭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의 주주환원 압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해에만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이 사모펀드에 의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는 거시경제 변화, 미·중 갈등 등 외부 변수로 주가가 기업가치나 실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나 회사 입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공시 등 의무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가치 상승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비상장을 택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은 사모펀드의 공개매수가가 너무 낮다고 반발하고 있다. 락앤락의 공개매수가에 따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6배로 이론상 기업가치보다 낮다고 지적한다. 또 주가가 2017년 3만1965원 최고가를 찍은 뒤 내리막길을 탔는데, 같은 해 사모펀드 인수가 시작된 만큼 하락세를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이고 있다. 커넥트웨이브도 2021년 8월 4만155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MBK파트너스 측의 지분 매집과 함께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승조 다인인베스트 대표는 이날 “주가를 떨어뜨린 뒤 공개매수를 청구하고 상장폐지를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반복되는 행태는 거대 자본의 탐욕”이라며 커넥트웨이브 공개매수에 반발하는 소액주주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