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전 ‘역사 속으로’… 고리1호기 해체 작업 ‘스타트’

영구 가동 중단 이후 7년 만에
배관 등 방사성물질 제거 돌입
2032년까지 8100억 투입 계획

9월까지 제염 절차 마무리한 뒤
2025년 상반기 ‘해체 승인’이 목표
한수원 “해체 산업 기술력 선점”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본격적인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46년 만이고, 2017년 6월 영구 가동 중단 이후 7년 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7일 부산 기장군 고리1호기에서 ‘고리1호기 해체를 위한 계통 제염 작업 착수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계통(시스템)제염은 원자로 냉각재 배관 등 원전 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는 작업으로, 작업자 피폭을 최소화하고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핵심 공정 중 하나다.

7일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모습. 부산=연합뉴스

한수원은 방사능 오염이 가장 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자로 냉각재 시스템과 화학·체적제어계통, 잔열 제거계통에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기술과 장비를 사용한다. 과망간산 등의 화학약품을 주입해 방사성물질을 3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계통제염이 완료되면 발전소 건물을 실제 철거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염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해체 승인이 내려지기 때문에 기술적인 공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로 해체의 ‘첫 단계’로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한수원은 9월까지 제염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해체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안위로부터 해체 승인이 내려지면 고리1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반출되고, 비방사성 구조물부터 방사성 구조물 순으로 건물이 철거된다. 맨 마지막으로 원전 부지가 나대지로 복원되며 해체 작업이 완료된다.

 

지금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 등 4개 나라뿐이다. 미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원전 해체 승인 이후 부지 복원까지 7~8년의 시간이 걸린다. 한수원은 2032년까지 8100억원을 투입해 고리1호기 해체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고리1호기가 국내 원전 해체 첫 작업인 데다가 고리1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소 건립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은 이번 제염 작업을 계기로 글로벌 원전 해체 수요에 대비하고,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원전 해체 산업이 고부가가치 미래산업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국내 최초로 진행하는 계통제염을 시작으로 고리1호기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해체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며 “고리1호기 해체 경험을 토대로 원전 해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기술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략기획관은 “원전 생태계가 발전하고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이나 운영 같은 선행주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전 해체와 방폐물 관리와 같은 후행주기 산업도 본격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기획관은 “수백조원에 이르는 원전 해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험과 기술을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1년 착공한 고리1호기는 7년 만인 1978년 4월 준공돼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2007년 30년의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가 10년간 운영이 연장됐다. 이어 정부가 바뀌면서 원전당국은 수차례 수명 연장을 시도했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2017년 6월18일 고리1호기 가동을 영구적으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