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잡대와 통합 반대"… ‘글로컬 대학’ 통합 앞두고 내홍 [지방자치 투데이]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정부의 ‘글로컬 대학’에 지정된 대학들이 내홍을 겪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교명 변경 문제 등을 이유로 한 대학 재학생들이 상대 학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통합 자체를 거부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대학에 내걸리고 있다.

 

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국립한국교통대학교(교통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통대를 비난하는 글이 연이어 게시되고 있다. 교통대는 지난해 정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충북대학교와 통합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통합 관련 글을 올린 한 글쓴이는 ‘지잡대(지방 대학교를 비하하는 비속어)와 통합을 반대한다’고 썼다. 또 다른 이는 ‘똥통대학이 주제넘게 교명을 정하려고 한다’며 대학 통합 후 교명 선정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비판했다.

 

충북대 총학생회는 이날 교통대와 통합 과정에서 교명 변경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대학 본관 앞에서 교명 수호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교통대는 지역 색을 배제하고 완전히 새로운 교명을 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 대학의 정체성이 담긴 교명을 변경하는 것은 20만 동문과 160만 도민이 쌓아 올린 현재 위상과 가치를 역행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명 변경 이외에도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캠퍼스 재배치나 유사 학과 통폐합 등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통합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대학 측이 통합대학 교명 선정을 위해 진행하는 설문조사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교내행진과 침묵시위도 벌였다.

 

충북대는 오는 9일까지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통합대학 교명 후보 선정을 위한 설명조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교통대는 지난 3일 이미 설문조사를 완료했다. 두 대학이 협의를 통해 구성한 교명선정위원회는 설문조사 결과 선호도가 높은 교명 2개를 상반기 내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내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대전 충남대·한밭대도 통합에 반발, 글로컬 대학 곳곳서 파열음

 

글로컬 대학 선정에 따른 통합을 앞두고 진통을 겪는 대학은 교통대와 충북대뿐만이 아니다. 대학 간 통합을 앞세워 글로컬 대학에 예비 지정된 대전 충남대와 한밭대도 충남대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충남대 총학생회는 대학본부 앞 잔디광장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통합을 기반으로 한 글로컬 대학 사업을 추진하려면 우리 대학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충분히 제시하고 설득하라”고 촉구 중이다.

 

충남대 대학 곳곳에는 ‘대학 구성원을 무시한 채 무모하게 강행하는 대학 통합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신뢰가 없는 총장을 따를 학생은 없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한밭대에도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 의견을 무시하는 통합 추진은 거부한다’, ‘우리는 한밭대 재학생입니다. 졸업 표기 대학 선택은 우리의 권리입니다’라는 통합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등장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통합에 진통을 겪으면서 글로컬 대학 사업이 파열음을 내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 지역 정책인 글로컬 대학은 혁신 계획을 제출한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뽑아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학 간 통합은 교육부가 제시한 주요 혁신 방안이었다.

 

◆ 학령인구 급감에 ‘생존’ 고심한 춘천교대, 강원대와 통합 추진

 

반면 춘천교육대는 자체적으로 강원대와 통합 추진을 결정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이 현실화하고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춘천교대는 지난달 30일 학내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서 구성원 다수의 찬성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현실적인 변화 필요성 등을 근거로 통합 결정을 내렸다. 이주한 총장이 이를 재가하면서 최종 결론이 도출됐다.

 

앞선 지난 3~4월 춘천교대는 현행 체제 유지와 인근 거점국립대와 통합, 타 교육대와 통합, 교육전문대학원으로 개편 등 4가지 대응 방안을 두고 학내 구성원들과 수차례 논의를 거쳤다.

 

지난달 15~16일 진행한 설문에서는 인근 거점국립대와 통합(55.56%) 의견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현 체제 유지(31.62%), 타 교육대와 통합(8.71%), 교육전문대학원으로 개편(4.11%) 순으로 나타났다.

 

춘천교대는 앞으로 교직원, 학생, 대학 본부 부서장이 두루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가칭)를 꾸려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강원대와 통합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춘천교대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들의 미래와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미래를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