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이 21대 국회에서 결론을 짓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 500명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4차례 공개 토론까지 거쳐 ‘소득보장(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을 결과물로 내놨지만 결국 여야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민 공론화 과정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아울러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도 정치권이 사실상 개혁을 늦췄다는 점에서는 향후 개혁 동력을 되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p 이견 못좁혀 다음 국회로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한 소득대체율을 두고 2%p 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가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현행 소득대체율 40%에서 43%까지만 올릴 수 있다고 했고, 민주당은 소득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이 45%는 돼야 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구조개혁을 해야 하지만, 모수개혁보다 힘들다. 학자들도 구조개혁 논의를 하면 이견이 안 좁혀진다”면서 “다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사이 일정 간극이 있을 뿐이지 균형점을 찾을 수 있어서 먼저 모수개혁을 통해 재정적 안정성과 소득보장을 동시에 추구하고, 그렇게 번 시간에 구조개혁 논의를 하자는 게 야당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수개혁이 힘든데 구조개혁을 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거다. 너무 급하다”고 대응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보험료율을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하는 게 민주당의 제1의견이었다. (여당이) 어렵다고 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를 제안한 것”이라며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대안이었지만, 여당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모수개혁이라도 하자고 했는데 이젠 구조개혁 아니면 안 된다는 건 연금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갑자기 신연금이니 구조개혁이니 하는 것은 정부 여당엔 연금개혁 의지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한 얘기가 우연히 불쑥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당이 (합의를) 할 것처럼 했다가 오늘 안 하는 거로 했다는 건 용산하고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2%포인트까지 좁혀졌는데 뭐가 어렵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 “골든타임 놓쳐” 개탄
전문가들은 결국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면서 개탄했다.
소득보장론에 힘을 실어온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내세운 3대 개혁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연금개혁은 공론화까지 했는데 최종 불발된 데는 현 정부 책임이 크다”며 “22대 국회에서라도 절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시민대표단이 소득보장안을 선택했는데 여야가 최종 합의를 불발한 데 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시민대표단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정부가 원하는 안이 안 나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총선에 패배한 정부로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최종 합의 불발에 대해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외쳐놓고 이렇게 골든타임을 또 한 번 놓쳐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재정안정론 측 전문가인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도 “전대미문의 저출생·고령화 시대인데 대책도 없이 연금개혁을 미룬 건 정치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석 교수는 “소득대체율이 43%면 노후 빈곤을 해결하지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꼭 45%여야 하는 것도 아닌데 2%포인트 때문에 합의하지 못한 게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1%포인트씩 양보해서 44%로 합의할 수도 있지 않았냐”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