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잠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서 국내 첫 ‘호주 와인 피크닉’ 열려/20개 수입사 참여 호주 프리미엄 와인 60여종 선보여/아로마 훈련방법 배우고 착한 가격에 구매도
동서 길이 4100㎞. 유럽 대륙을 통째로 넣고도 남을 만큼의 광활한 영토. 대륙성, 해양성, 지중해성 등 다양한 기후. 엄청난 국토만큼 65개의 세부산지에서 155개 품종으로 다양한 와인을 빚는 곳은 캥거루와 코알라, 그리고 유칼립투스의 나라 호주입니다. 바로사밸리 쉬라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호주 와인은 보르도를 뛰어넘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이어 부르고뉴가 울고 갈 샤르도네도 모자라 리슬링, 소비뇽블랑, 전통방식 스파클링 등 와인의 영토를 무한대로 확장중입니다. 구대륙 유명 와인산지와 어깨를 견줄 뛰어난 품질을 지녔지만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착한 호주와인을 만나러 잠실로 피크닉을 떠납니다.
◆완벽한 봄날을 즐기려면 ‘호주 와인 피크닉’
이번 주말인 11일 토요일 아름다운 석촌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서울 잠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 서울 6층 테라스에서 호주 프리미엄 와인 60여종을 선보이는 호주 와인 피크닉이 처음으로 열립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물론, 내추럴 와인, 스위트 와인, 주정 강화 와인 호주의 다양한 와인들이 총출동합니다. 시음과 함께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도 가능합니다. 수입사는 20곳으로 비노킴즈, 아베크와인, 비케이트레이딩, 콜리코, 모노드림, 퍼플독, 롯데칠성, 타펙스, 제이앤제인와인, WS트레이딩, 더블루인터내셔널, 콤마와인, 루뱅코리아, 선 인터네셔널, 젠니혼주류, 그레이프코리아, 이앤씨베버리지, 비노에이치, 바쿠스, 드바인임포츠가 참여합니다. 호주 청정우로 만든 바비큐, 핑거 푸드, 치즈, 스낵 등이 푸짐하게 제공돼 호주 와인과 다양한 페어링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국내 최정상 와인 교육가에게 와인 아로마 훈련 방법도 배우고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시음 기술과 와인 지식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퀴즈 이벤트와 백일장을 개최해 푸짐한 경품도 제공됩니다. 1부는 낮 12시~오후 2시, 2부는 오후 3시~5시에 진행되며 입장료는 5만원입니다.
◆눈 감고 마시면 부르고뉴 태즈마니아 피노누아
비노킴즈가 선보이는 타마르 릿지(Tamar Ridge) 피노누아는 요즘 호주 최고의 피노누아 산지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호주 최남단 섬 태즈마니아에서 생산됩니다. 호주 생산자들은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피노누아 최고의 산지를 찾으려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다 태즈마니아를 찾아냅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 대부분 부르고뉴 피노누아로 착각할 정도랍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 붉은 과일 풍미가 많이 느껴지고 우아함도 부르고뉴는 못지않습니다.
타마르 릿지 피노누아는 붉은체리, 라즈베리, 크랜베리로 시작해 잘 익은 다크체리, 오디가 따라오고 시간이 지나면 시나몬 등 스파이스 아로마도 피어납니다. 산미가 탄탄하게 잘 받쳐줘 밸런스가 뛰어나고 복합미와 실키한 탄닌감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태즈마니아에서도 최고의 산지로 꼽히는 타마르 밸리 서쪽의 카예나 빈야드(Kayena Vineyard)에서 자라는 피노누아를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10~12개월 동안 숙성합니다. 포도밭은 배수가 잘되는 점토 토양으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쿨클라이밋 지역으로 우아한 산도와 다채로운 풍미, 세련된 복합미, 완벽한 밸런스를 지닌 피노누아가 생산됩니다. 125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운 브라더스(Brown Brothers)가 10여년전 목재 회사 건스(Gunns)로부터 태즈매니아 최대의 와인 그룹 타마르 릿지를 인수해 빠른 속도로 품질을 대폭 끌어 올렸습니다. 디캔터에서 2021년 실버 메달을 받았습니다.
◆부르고뉴 닮은 ‘배럴 발효’ 호주 샤르도네
비케이트레이딩은 위라위라 더 트엘브스맨(Wirra Wirra The 12th Man) 샤르도네를 선보입니다. 애들레이드 힐 샤르도네로 만드는 이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처음부터 프렌치 오크통(새오크 21%)에서 발효합니다. 오크통에서 발효하면 과일향과 오크향이 처음부터 한몸처럼 잘 어우러지며 미묘하면서도 우아한 화이트 페퍼 뉘앙스를 풍깁니다. 자몽, 복숭아, 사과향으로 시작해 파이 크러스트와 크림향이 따라오고 애들레이드 힐의 뛰어난 미네랄도 잘 표현됩니다.
‘12번째 선수’라는 와인 이름이 재미있는데 사연이 있습니다. 1894년 크리켓 선수이던 로버트 스트랭웨이즈 위글리(Robert Stangways Wigley)는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에 240에이커의 땅을 구입해 위라 위라를 설립, 맥라렌 베일의 와인을 품질을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1926년 타계한 뒤 와이너리는 페허로 방치됩니다. 1969년 리처드 그레고리 트롯(Richard Gregory Trott)이 사촌 로저(Roger)와 함께 와이너리를 매입해 샤르도네,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어 위라위라를 부활시킵니다. 또 인근 애들레이드 힐의 빼어난 샤도네이, 소비뇽블랑, 리슬링도 선보입니다. 2021년 위라위라는 저명한 그레잇 와인 캐피탈 투어리즘 어워드(Great Wine Capitals Tourism Award)도 수상합니다. 리처드도 최초 설립자인 로버트처럼 어린 시절 크리켓 영웅들을 너무나 흠모해 가족 농장에 자신만의 크리켓 구장까지 지었다는 군요. 그는 한팀 11명으로 구성되는 크리켓팀의 번외인 ‘12번째 선수’가 돼 선수들에게 음료를 심부름하는 잡일을 하더라도 호주 크리켓 팀의 일원이 되는 것을 꿈꿨다고 합니다.
애들레이드 힐 소비뇽블랑 와인 위라위라 하이딩 챔피언(Wirra Wirra Hiding Champion)은 리처드 괴짜 같은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는 가게에 간다며 나갔다가 다른 지역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곤 했는데, 그 사이에 휴대전화를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또 가끔은 하루 이틀 동안 사라지기도 했는데 그가 ‘올림픽 숨기 선수권 대회에 출전 준비 중’이라는 농담을 한데서 착안해 와인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애들레이드 힐의 뛰어난 세부산지 렌스우드(Lenswood)와 피카틸리(Piccadilly) 소비뇽을 블랑으로 만들며 레몬그라스, 라임, 자몽으로 시작해 건초향과 허브가 어우러집니다.
비노킴즈가 수입하는 시스터스 런 와인 컴퍼니(Sister’s Run Wine Company)는 단델리온 빈야드(Dandelion Vineyards)를 세운 바로사의 떠오르는 젊은 와인메이커 엘레나 브룩스(Elena Brooks)가 남편 자르 브룩스(Zar Brooks)와 함께 선보이는 또 다른 브랜드입니다. 트렌디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도전적이며 색다른 개성을 선사합니다. 이름부터 재미있네요. 선데이 슬리퍼스 맥라렌 베일 샤도네이(Sunday Slippers McLaren Vale Chardonnay)라니! 늦잠 잔 휴일 낮 집 마당에서 잠옷바람에 슬리퍼를 신고 햇살을 즐기며 편안하게 샤르도네 한잔을 즐기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남호주 맥라렌 베일의 샤르도네 100%로 빚으며 감귤의 시트러스로 시작해 복숭아, 배, 패션 프루트로 이어지며 온도가 오르면 은은한 열대과일 풍미도 느껴집니다. 살짝 느껴지는 오크 풍미는 신선한 산도와 잘 어우러집니다.
엘레나 브룩스는 호주 와인 메이커로는 최초로 영국 온트레이드 와인 컴피티션 소믈리에 와인 어워즈에서 ‘2020년 올해의 뉴월드 와인 프로듀서’로 선정된 요즘 핫한 와인메이커랍니다.
또 2021년 11월에 열린 ‘맥라렌 베일 와인 쇼(McLaren Vale Wine Show)’에서 ‘맥라렌 베일 와인 퀸’에 해당하는 ‘부싱 모나크(Bushing Monarch)’에 선정됐습니다. 남호주를 대표하는 도시 애들레이드에서 매년 열리는 맥라렌 베일 와인쇼는 1973년부터 시작됐으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을 만든 와인메이커를 부싱 모나크로 선정, 다음해 대회가 열릴 때까지 ‘Bushing King’ 또는 ‘Bushing Queen’로 ‘왕좌’를 유지하게 됩니다. 엘레나의 와인은 심사들이 출품된 400여개의 와인을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한 결과 96점을 얻어 1위로 선정됐습니다. Bushing은 1500년대 엘리자베스 시대때 새로운 빈티지 와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문에 상아색 ‘홀리 부시(Holy Bush)를 내걸던 관습에서 유래됐습니다. 당시 와인 생산자들 새 빈티지 와인을 축하하는 축제를 시작하기 위해 ‘축제의 왕’을 선정했다고 하네요. 엘레나 브룩스는 진실은 포도밭에 있지만 증거는 와인잔에 있다는 “The truth is in the vineyards, but the proof is in the glass”를 양조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와인의 맛과 향은 떼루아의 큰 영향을 받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와인잔에서 구현해내는 것은 와인메이커의 몫이라고 강조합니다.
◆샤르도네 캐릭터와 양조 기법
샤르도네는 기후에 따라 캐릭터가 크게 바뀝니다. 서늘한 기후에서는 산도가 높고 포도는 덜 익어서 당도는 떨어지고 시큼한 맛이 많이 납니다. 서양배, 청사과 등 녹색 과일 느낌이 많고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이 지닌 레몬, 라임, 자몽 등 시트러스 계열 과일향도 강합니다. 여기에 풀 깎은 냄새나 아스파라거스, 고추 자른 냄새도 더해집니다. 보통 기후대에서는 살구, 복숭아 등 핵과일이 많이 느껴집니다. 더운 지역으로 가면 캐릭터가 확 달라지는데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피치, 무화 등 열대과일과 스위트 화이트 와인에서 많이 나는 말린 사과와 꿀향도 더해집니다.
셰프가 창의력을 발휘하기 좋은 식재료처럼 와인메이커가 양조할때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솜씨를 뽐낼 수 있습니다. 뭔가 강렬한 개성이 없는 중성적인 품종이라 오히려 와인메이커가 꾸미는 대로 예쁘게 잘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이처럼 와인메이킹에 따라서 캐릭터가 다양하게 바뀌는데 대표적인 양조기법이 젖산발효(Malolactic Fermentation)입니다. 이를 거치면 날카로운 산도와 거친 탄닌의 질감이 부드러워지고 크리미하거나 버터리한 느낌도 얻어집니다. 미국 나파밸리 샤도네이로 대표되는 버터리한 느낌은 주로 과한 오크 숙성에 옵니다. 오크 숙성을 안했는데 크리미하게 느껴진다면 젖산발효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레드 와인은 거의 젖산 발효를 거치는데 화이트 와인은 와인메이커 스타일에 따라 선택합니다. 신선한 느낌을 강조하려면 젖산발효를 하지 않고, 풍성한 느낌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싶다면 젖산 발효를 합니다.
발효를 모두 마친 효모 찌꺼기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를 거치면 샤르도네에 빵껍질 같은 효모향이 깃들면서 샴페인 풍미와 비슷한 복합미가 더해집니다. 와인 용어로 ‘효모 자가분해향(autolysis flavor)’이라고 합니다. 보통 6개월∼1년 정도 하며 ‘리 컨텍(Lees Contect)’으로도 부릅니다. 오크 숙성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오크 숙성을 거치면 토스트, 바닐라, 견과류향이 얻어집니다. 입자가 미세한 프렌치 오크를 사용하면 미국 오크 보다 훨씬 우아한 풍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새오크를 쓰거나 오크통 내부를 더 많이 태울수록 토스트, 바닐라, 견과류 향들이 더 강해집니다. 오크에는 탄수화물 성분이 많은데 불과 만나면 달콤한 향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엄 샤르도네 생산지로 유명한 부르고뉴는 여기에 한가지를 더합니다. 바로 발효 단계부터 오크통을 사용하는 ‘배럴 퍼먼테이션(Barrel Fermentation)’입니다. 보통 발효는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하는데 처음부터 오크통에서 발효하면 과일 맛과 오크 향이 잘 조화를 이뤄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 같은 매력이 증폭됩니다. 또 참깨 같은 고소한 향과 흰후추의 스파이시한 향도 더해집니다. 대신 값비싼 오크를 발효때부터 사용하니 와인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호주에서도 부르고뉴처럼 배럴 퍼먼테이션으로 샤르도네를 빚는 와이너리가 많습니다. 호주의 프리미엄 샤르도네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 부르고뉴 빌라쥐급 샤르도네와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퀄러티가 뛰어나죠. 하지만 가격은 부르고뉴 3분1 수준이니 와인샵에서 호주 샤르도네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장바구니에 담으세요. 재미있는 것은 호주 샤르도네는 부르고뉴와인에는 거의 없는 한가지 향이 있습니다. 바로 유칼립투스향으로 호주 샤르도네의 공통적인 향입니다. 남호주 쿠나와라(Coonawarra)의 붉은 자갈토양 ‘테라로사’에서 자라는 카베르네 소비뇽도 유칼립투스의 매력적인 허브향을 지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귀여운 동물 코알라가 주로 유칼립투스를 먹고 사는데 유칼립투스가 잘 자라는 호주의 토양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네요.
◆봄을 닮은 ‘호주의 소테른’
아베크와인은 디 보톨리(De Bortoli)의 세미 스파클링인 프리잔떼 쁘띠 모스카토를 선보입니다.
머스캣 루즈 아 쁘띠 그랭(Muscat Rouge à Petits Grains) 품종으로 빚어 머스캣 계열의 특유의 향긋하고 달콤한 꽃향이 특징입니다. 빅토리아주 루더글렌(Rutherglen)의 포도로 만들며 알코올도수 7%로 봄날에 알맞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입니다. 레드체리 아로마로 시작해 기분좋은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고 생기발랄한 산도가 잘 뒷받침돼 좋은 밸런스를 이룹니다. 머스캣 품종으로만 만들지만 연한 핑크색을 띱니다. 늦수확했기 때문에 포도가 익어 가며 자연적으로 색이 그레이 빛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디 보톨리 밭에서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아로마, 신선함, 눈에 띌 정도로 놀라운 퀄리티의 머스캣 품종이 재배됩니다. 루더글렌은 호주에서 몹시 더운 산지 중 하나이지만 산이 가까워 해발고도가 높고 낮에는 더운 바람, 밤에는 찬 바람이 불어 일교차가 매우 큽니다. 이런 기후 덕분에 포도가 천천히 익을 수 있는 레이트 하베스트 스타일의 늦수확이 가능합니다. 와인 산지가 단순히 덥기만 하면 산도가 없이 잘 익은 과실 풍미에 단맛만 많은 와인이 만들어지지만 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포도 생장 기간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나 자연 산도가 잘 유지된 좋은 포도를 얻게 됩니다. 특히 포도가 밤 동안 충분히 휴식하며 농밀한 풍미도 움켜쥡니다.
디 보톨리 딘 뱃5(Deen Vat 5) 세미용 귀부포도 100%로 만드는 스위트 와인으로 일명 ‘호주의 소떼른’로 불립니다. 꿀에 절인 살구, 배, 복숭아의 아로마로 시작해 설탕에 절인 레몬 필과 바닐라가 어우러지며 상큼한 산도가 잘 뒷받침돼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습니다. 아몬드 타르트, 복숭아 또는 딸기를 토핑 한 파블로바, 블루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빅토리아주 리버리나(Riverina)의 세미용으로 만드는데 이곳엔 해협이 있어 습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덕분에 보트리티스균 활동이 아주 활발해 껍질이 얇은 세미용이 소떼른 같은 귀부포도로 잘 만들어집니다. 야생 효모로 3~6개월 가량 오래 발효하며 오크 45%, 스틸탱크 55% 비율로 숙성해 복합미를 끌어 올립니다.
1928년 비토리오 디보틀리(Vitorio Debortoil)가 작은 농장에서 쉬라즈를 만들면서 와이너리 역사가 시작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1951년 아들 딘(Deen)이 합류하면서 와이너리가 본격적으로 발전했고 1982년 대런(Darren)이 리버리나 귀부와인 노블원(Noble One)을 세상에 내보이면서 명성을 얻게 됩니다. 1985년 인터내셔날 와인앤스피릿 컴피티션(International Wine&Spirit Competion)에서 베스트 보트리스와인(Best Botrytis Wine)을 수상해 호주 귀부 와인의 선두 주자가 됩니다. 1997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와인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지미 왓슨 트로피도 수상합니다. 1990년 르안(Leanne)과 남편인 와인메이커 스테픈(Stephen)이 얄라밸리에스테이트(Yarra Valley Estate)를 설립했고 1998년 샤르도네가 IWS에서 베스트 샤르도네를 수상해 디 보톨리의 명성을 이어갑니다. 현재 디 보톨리는 리베리나, 헌터밸리, 킹밸리, 야라밸리, 히스코트 등에 1000ha가 넘는 방대한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호주 와인 역사
호주 와인 역사는 17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만든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에서 시작돼 인근 뉴사우스웨일즈의 헌터밸리(1825년)에서 본격적인 와인이 생산됩니다. 이곳은 열대 기후로 포도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생산자들은 서늘한 기후를 찾아 남쪽인 빅토로아주(1834년)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필록세라 피해로 와인 산업이 무너지면서 다시 서쪽인 남호주(1837년)로 이동해 호주 와인 산업이 꽃을 피웁니다. 덕분에 바로사 밸리(Varosa Valley), 애들레이드 힐(Adelaide Hills), 맥라렌 베일(McLaren Vale), 클래어 밸리(Clare Valley), 이든 밸리(Eden Valley), 쿠나와라(Coonawarra) 등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산지들이 모두 남호주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남호주에는 필록세라를 피한 곳이 많아 50년은 물론 100년이 넘은 올드바인드이 즐비합니다. 서호주는 남호주 보다 다소 빠른 1829년부터 와인을 생산합니다.
◆신이 축복한 포도밭, 애들레이드힐
애들레이드힐은 호주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대표하는 산지로 맥라렌 베일, 호주 최남단 섬 타즈마니아(Tasmania) 섬, 서호주 마가렛 리버(Magarett River)와 함께 뛰어난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생산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애들레이드 시내에 차로 30분 거리인 애들레이드힐은 로프티 산맥(Mt Lofty Ranges)에 형성된 길이 70km, 폭 30km의 좁은 협곡으로 해발고도가 400∼710m로 상당히 높습니다. 북쪽은 바로사밸리와 이든밸리, 남쪽은 맥라렌베일과 접해있고 높은 고도때문에 주변 지역보다 낮에는 평균 섭씨 4도, 밤은 평균 섭씨 8도정도 낮습니다. 특히 포도밭은 가파른 경사지에 조성돼 낮에는 햇볕을 잘 받고 밤에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포도가 산도를 잘 움켜쥔답니다. 이처럼 포도 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지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피노누아와 샤르도네가 잘 자랍니다. 시원하고 건조한 여름과 가을의 충분한 일조량 덕분에 포도는 천천히 익으면서 맛과 향의 집중도가 뛰어나고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가 좋은 이상적인 포도를 생산합니다. 덕분에 애들레이드힐스는 호주에서 가장 세련되고 우아한 와인을 생산하는 쿨 클라이밋(Cool Climate) 지역으로 꼽힙니다.
◆올드바인 자라는 맥라렌베일
애들레이드에서 남쪽으로 차로 45분 거리인 맥라렌베일 와인 역사는 1838년 존 레이넬(John Reynell)과 토마스 하디(Thomas Hardy)가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으니 180년이 넘었습니다. 1850년 시뷰(Seaview)와 하디 와이너리가 설립돼 상업적인 와인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2023년 1월 현재 맥라랜배일 와이너리는 180곳으로 재배면적은 7308ha이며 이중 58%가 쉬라즈입니다. 이어 카베르네 소비뇽(19%), 그르나슈(5%), 샤르도네(5%), 메를로(3%)가 대표 품종이며 역시 필록세라를 피한 곳으로 올드바인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또 이탈리아 화이트 품종 피아노(Fiano), 베르멘티노(Vermentino), 레드품종 산지오베제, 바르베라, 몬테풀치아, 네로 다볼라, 스페인 레드 품종 템프라니요 등도 잘 자랍니다.
◆바로사밸리 쉬라즈 vs 맥라렌배일 쉬라즈
쉬라즈(Shiraz)는 호주 65개 생산지역 거의 모든 곳에서 재배될 정도로 호주 와인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레드 품종입니다. 호주 레드 품종 생산량중 46% 가량을 차지할 정도죠. 호주는 쉬라즈 생산량 전세계 1위라 ‘쉬라즈의 대륙’으로 불립니다.
남호주에서 쉬라즈가 가장 처음 식재된 곳은 바로사밸리(Barossa Valley)와 이든밸리(Eden Valley)입니다. 1860년대 전세계를 휩쓴 필록세라 공격에서 살아남으면서 이곳의 올드바인 쉬라즈들이 지금도 포도를 생산합니다. 두 곳을 합쳐서 바로사존(Barossa Zone)으로 부릅니다.
바로사밸리와 함께 맥라렌배일(McLaren Vale), 애들레이드힐(Adelaide Hillis)도 남호주의 대표 쉬라즈 생산지입니다. 같은 쉬라즈 품종이지만 조금씩 스타일이 다릅니다. 아주 덥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지닌 바로사밸리는 백후추향과 밀크초콜릿이 두드러지는 가장 파워풀한 쉬라즈를 생산합니다. 세인트빈센트만과 근접해 지중해성 기후를 띠는 맥라렌배일은 흑후추향과 다크초콜릿 느낌이 좀 더 강합니다. 해발고도가 높은 애들레이드힐은 일교차가 커 산도가 더 생기발랄하며 당도와의 밸런스가 좋은 쉬라즈가 나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고품질 쉬라즈 와인일수록 스파이시한 후추향이 도드라진다는 점입니다. 호주에서 오랜 연구 끝에 1999년 쉬라즈를 비롯한 포도의 스파이시한 아로마는 ‘로툰돈(Rotundone)’ 성분으로 밝혀졌습니다. 인도와 중국에서 약용으로 사용하던 성분으로 일반 식물에서도 발견되는데 백후추와 흑후추에서 가장 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로즈마리, 바질 같은 허브에서도 발견되고 포도에도 로툰돈 성분이 있지만 후추에 비해서는 아주 미량으로 16나노그램 정도입니다. 하지만 로툰돈 한 방울로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전체에 후추 냄새를 풍기게 할 수 있다는 군요. 따라서 미량의 로툰돈이지만 와인의 아로마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맛과 향을 아주 직관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와인 초보자들도 즐겨 마실 수 있는 거죠. 서늘한 지역에서 자란 포도일수록 로툰돈이 더 많이 발현돼 서호주 마가렛리버(Margaret River) 쉬라즈가 더 스파이시한 풍미가 많답니다. 생산자들이 좀 더 서늘한 곳을 찾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