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취약성에서 (서울시) 전체 행정동 약 66%가 홍수에 취약한 상태이며 서남부와 동북권 일대의 취약성이 매우 높은 결과를 보였다.”
지난 2월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실린 논문 ‘서울특별시 반지하 가구를 고려한 홍수 취약성 평가’의 결론이다. 홍익대학교 도시계획과 음정인 연구원과 김형규 교수는 서울 426개 행정동의 주거용도 반지하 19만1850가구 등 총 20만5892가구에 취약성 함수를 적용해 사회·경제·환경 요소별 취약성을 살폈다.
어린이날 연휴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남에서는 수확을 앞둔 보리류가 쓰러지고 재배시설이 침수하며 농경지 피해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짧은 기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지만, 서울 행정동 절반 이상이 홍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공무원과 사회기반시설 숫자, 인구밀도, 교통 시설 등을 고려한 사회적 취약성 부문에선 전체 행정동 88%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반지하 참사가 발생할 경우 지원 속도와 인력 배치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특히 사회적 재난에 취약한 곳은 성동구 용답동과 영등포구 대림2동이었다. 구로구 가리봉동, 은평구 응암3동이 그 뒤를 이었다.
상업·공업 지역 면적 비율과 저소득층과 교육 수준 등을 토대로 산출한 경제적 취약성으로 살폈을 때는 전체 행정동의 71%가 취약했다. 같은 수준의 비가 오더라도 더 많은 재산 피해를 보게 되는 지역이다. 강북구 번3동, 구로구 가리봉동, 강북구 번2동, 종로구 창신2동, 양천구 신월1동 순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불투수면적과 공원녹지 면적 비율이 낮아 환경적 취약성이 높은 행정동은 65%에 달했다. 환경적 취약성이 높은 곳으로는 강남구 수서동, 도봉구 방학1동, 동작구 사당1동 등이 꼽혔는데, 이곳에서는 특히 일 강수량이 80㎜가 넘어서면 불투수면적이 지표가 큰 값을 보였다. 비가 많이 오는데 물이 땅으로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연휴 이례적인 5월 폭우를 두고 예상치 못한 날씨가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재난을 막기 위한 조처는 갈 길이 멀다. 논문에서 파악한 서울시 주거용 반지하는 19만1850호에 달했지만, 지난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올해 매입하겠다고 밝힌 반지하 주택은 1589호에 그쳤다. 서울시는 2022년 8월 침수 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후 서울 시내 반지하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침수 반지하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일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침수 반지하주택 ZERO’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경기도 내 주거용 반지하 가구 수는 13만6038호였다. 이 가운데 과거 침수를 경험한 반지하는 8861호에 달했다. 반지하 주택 중 침수 반지하 비율이 높은 곳은 군포시(28.53%), 안양시(22.74%), 광명시(21.09%), 동두천시(18.03%)다.
경기연구원은 전체 반지하 주택에 대응하기보단 인명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침수 반지하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지하 밀집 지역 분포와 침수 재해 반지하의 분포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지하 중에서도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지하 대책은 간단치 않다. 반지하 거주민 대다수가 저소득계층, 1인 가구, 청소년 가구 등 경제적 여건상 반지하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거 취약계층이라서다. 경기연구원은 침수에 안전한 반지하 주택까지 강제로 폐지하는 것은 거주민을 더 안 좋은 주거환경으로 밀어낼 수 있어 침수에 노출된 침수 반지하 주택을 대상으로 우선적 주거 상향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