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피란민이 집결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작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라파 지상전이 감행될 경우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경고 중 현재까지 가장 높은 수위다. 이스라엘은 공개 반발해 두 동맹국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가자에서 민간인들이 폭탄과 다른 공격 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만약 그들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에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군사지원을 유보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7개월간의 전쟁 중 그가 내놓은 가장 직설적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 지원 중단까지 언급한 것은 강력한 신호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처음 시작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공개 경고, 이스라엘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거부권 미행사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스라엘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CNN은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5∼7일 촬영한 라파 일대 위성사진을 토대로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밤부터 국경검문소가 있는 지역 밖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는 라파 검문소 출입구로부터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쪽으로 1마일(약 1.6㎞) 이상을 침투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내 알쿠웨이트 병원은 이날 라파 서부 탈 알 술탄 지역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4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부상자 대부분이 어린이이며 2명은 중태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9일 “우리가 전쟁 시작부터 고마워해온 대통령으로부터 듣기에 힘들고도 매우 실망스러운 발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