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남역 살인' 의대생 신상 비공개…피해자 유족 고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의대생 최모(25)씨에 대해 경찰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최씨와 관련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기로 전날 결정했다. 최씨의 신상 공개로 피해자에 대한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다는 유족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심의위는 외부 위원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는데,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신상 공개 요건을 4개로 규정하고 있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사건일 것,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등이다.

 

올해 들어서는 이별을 통보하려 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레아(26)와 다방 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영복(57)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다만 요건이 다소 추상적인 만큼 심의위가 비공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 김모(67)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에도 경찰은 16년 만에 붙잡힌 인천 택시 강도 살인범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은 2021년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 보고서를 통해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기본권 제한을 넘어서서 침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헌법적 정당성을 갖춘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제도의 확대화 경향이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