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탄 분유, 고의 아냐”… 갓난 딸 학대치사 40대 ‘상고’ [사건수첩]

1, 2심서 징역 8년 선고… 대법원 판단 받는다

태어난 지 100일이 갓 지난 딸에게 마약류인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가 섞인 분유를 먹이고 방치해 숨지게 만든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상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A(41)씨는 전날 대전고법에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그는 1, 2심 때와 마찬가지로 “졸피뎀을 고의로 타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앞서 1, 2심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먹으려고 놓아둔 수면제를 녹인 생수로 분유를 타는 바람에 아이에게 실수로 먹였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방치한 게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 청사 전경. 연합뉴스

앞서 A씨는 지난해 1월13일 사실혼 관계인 아내 B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 된 딸을 혼자 돌보던 중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가 섞인 분유를 먹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분유를 먹고 저체온증 등 위험한 상태였던 아이를 안고 있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머리를 부딪히게 하는 등 학대했고, 이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결국 아이가 숨지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기죄로 지명수배 중이었던 A씨는 처벌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았고, 이후 사기죄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실수로 (수면제를 탄 분유를) 먹였다고 하더라도 즉시 병원에 가거나 119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과 아동 관련 취업제한 5년도 함께 명령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면제를 녹여서 먹는 게 일반인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수면제를 녹인 물병은 흰색 침전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혼동·착오로 분유에 넣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8년을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찰 측 주장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