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뒤 원거리 전보 조치를 한 회사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까? 2022년 7월 대법원은 이와 비슷한 사례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판결을 내렸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발생 사실을 인지한 뒤 사용자는 이를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제76조의3 제6항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전보 조치가 이뤄질 수는 있으나 전제는 ‘피해 근로자 등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당시 대법원은 A씨와 비슷한 사건에서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 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확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 중에서는 76조3의 제6항을 위반할 때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의 배우자 및 인척인 경우에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당시 검찰은 사용자인 피고인에 벌금 200만원의 구약식 청구를 했다. 그런데 사용자가 피해 근로자를 방치하는 것을 넘어 불이익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항소심과 대법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피해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를 한 위법 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린 판결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및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규정은 2019년 만들어져 그해 7월부터 시행됐다. 사용자나 동료 근로자의 괴롭힘으로 직원이 사망에 이르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커지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법 시행의 원동력이 됐다.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법 시행 뒤 근로자들의 피해 신고는 계속 늘고 있다. 2019년 7∼12월 2130건에서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에는 8961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만건을 돌파한 1만28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기준 신고 유형별로는 폭언이 32.8%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 부당인사가 13.8%, 따돌림·험담이 10.8%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