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필로폰을 밀수해 국내 등산로에 묻어뒀다가 적발된 일명 마약 ‘드랍퍼’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피고인은 필로폰을 땅에 묻어뒀을 뿐,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고는 항소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수웅)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36세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약물중독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함께 2114만4000만원을 추징했다.
A씨는 필로폰을 태국에서 속옷 안에 숨겨 항공편으로 밀수입하고 국내 등산로 곳곳에 묻어 은닉·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19일과 9월25일 태국 방콕의 한 숙박시설에 누군가가 각각 맡겨 놓은 검은 비닐봉지에 든 필로폰을 수거, 이를 자기 속옷 속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두 차례 국내에 반입했다. 밀수입된 필로폰 양은 약 886g, 시가 886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8월21일 오후 8시14분쯤 경기 부천시의 한 등산로 입구 공터에 자신이 밀수입한 필로폰 300g을 100g씩 세 개로 나누고 각각 땅에 묻은 뒤 이를 사진으로 전송한 뒤 이를 보고 온 구매자에게 필로폰을 판매했다.
공소장에는 지난해 9월12일 오후 11시쯤 태국 방콕의 한 주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도 적시됐다.
A씨는 재판에서 “땅에 묻은 필로폰은 그저 묻어 둔 것일 뿐, 판매를 공모·가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속칭 ‘드랍’ 방식의 마약류 판매에서 직접 대면은 이례적이고, 필로폰을 땅에 묻지 않았다면 매수자가 이를 수거할 수도 없었던 만큼 (A씨는) 필로폰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마약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고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점으로 볼 때 엄한 처벌이 필요하고 죄질도 좋지 않다”며 “다만 수사에 협조했고,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그리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정부가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출범시켜 범죄 대응에 힘쓴 지 1년 만에 마약사범 단속 인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수본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은 2만8527명으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적발된 1만9442명에 비해 46.7%가 증가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이 463명에서 1551명으로 234.9% 증가했다. 제조·수입·매매 등 공급 사범도 5070명에서 9860명으로 94.5% 늘었다.
특수본은 마약류 단속 강화를 위해 지난 1년간 주요 마약 공급국인 태국·베트남·캄보디아, 해외 마약 단속기관인 미국 마약청(DEA) 등과 공조수사를 확대했다.
특수본은 앞으로 범죄 신고·제보자에 대한 처벌을 감경하는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제도, 마약류 범죄에 쓰인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하는 제도도 추진한다.
특수본은 “마약류 밀수·유통 등 공급 사범을 집중적으로 검거하고, 강화된 처벌 및 양형기준에 따라 엄벌함으로써 마약류 공급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계속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