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리더’ 영입 등 강력한 의지 밝혀 기업 설명회·MS CEO 서밋도 참석 사물인터넷 연결 기술업체 인수 추진 가전 넘어 전영역 AI 확대 전략 구상
“핵심 인재라면 저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이같이 말했다.
조 CEO는 이날 LG전자의 인공지능(AI) 인재 채용을 위한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회사의 연구위원이나 임원급, 적어도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급을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최근 중요한 트렌드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시큐리티(보안) 쪽 리더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CEO의 이번 출장은 AI 전문인재 확보, 글로벌 투자자 기업설명회, 마이크로소프트 CEO 서밋 참가 등의 일정으로 채워졌다. LG전자 전 영역에 걸친 AI 확대 전략 구상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조 CEO는 올해 LG전자의 AI 인재 채용 규모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그는 “숫자만 늘려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제 질(質)적인 중량급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이어 그는 AI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을 “100만달러(약 13억7000만원)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나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CEO의 지난해 연봉은 23억4000만원 정도다.
조 CEO는 LG전자를 AI 발전의 수혜를 입을 회사로 꼽았다. 그는 “가전사업은 전통적인 비즈니스로 여겨지지만, 우리는 축적된 많은 AI 기술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수억대에 달하는 모수(판매 기기)가 있다”며 “이는 우리의 AI를 가속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LG전자가 연간 판매하는 기기는 1억대, 제품 수명을 7년으로 가정하면 현존하는 LG전자 제품은 7억대로 추산된다. 조 CEO는 이들 제품을 통해 확보한 사용 데이터가 7000억시간에 이른다며, 이를 통해 AI를 고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LG전자는 국내 임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AI·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는 등 조직 전체에 AI 마인드가 깊이 스며들게 하려는 데 진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술대회에 구성원이 발표한 논문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실적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 CEO는 13일 샌프란시스코 글로벌 유력 기관투자사의 고위급 투자 담당 임원들을 연달아 만나 AI 트렌드 측면에서 LG전자가 다른 어떤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14∼16일에는 시애틀에서 MS가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해 사티아 나델라 CEO와 만난다. MS CEO 서밋은 글로벌 선도 기업 CEO 및 관계자들이 경제·경영 환경, 산업 트렌드 등을 주제로 교류하는 비공개 초청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 조 CEO는 “(나델라 CEO와 해야 하는) 깊은 얘기가 좀 있다”고만 전했다. LG전자는 MS와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성 제고와 스마트 가전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LG전자의 신규 먹거리 창출을 위한 인수합병(M&A)도 가시권에 든 모습이다. 조 CEO는 “AI가 구현되는 스마트홈의 허브 역할은 TV뿐 아니라 다른 기기에서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연결 기술을 가진 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가정 내에서 AI 기능을 묶은 스마트홈 패키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