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혔던 마이클 코언의 입에 이목이 쏠린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의 핵심 증인이자 돈을 지급한 당사자로, 13일(현지시간) 법정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코언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합의금을 건넨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코언과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던 대니얼스는 지난 7일과 9일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대니얼스는 앞선 증언에서 2006년 미 네바다주 관광명소 타호 호수에서 골프 대회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텔 스위트룸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고,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측 변호인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세부 사실이 있다며 대니얼스가 거짓 사실을 꾸며내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에도 트럼프 측 변호인이 코언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코언은 한 때 “트럼프를 위해서는 총알도 대신 맞을 수 있다”라며 충성심을 보인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관된 각종 뒷일을 비밀리에 처리했던 ‘해결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코언이 연방검찰에 기소돼 복역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졌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 돌아섰다. 그는 2020년 ‘불충실’(disloyal)이라는 책을, 2022년엔 ‘복수’라는 제목의 책을 연이어 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판하는 내용의 팟캐스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판에 앞서 ‘쥐새끼’, ‘거짓말쟁이’ 등의 단어를 사용해 코언을 공개적으로 공격해왔다.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인이나 재판 관련자를 비방하지 않도록 함구령을 내린 뒤로 코언을 향한 비방은 잠잠해졌지만, 코언은 재판 도중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이어왔다. 머천 판사는 지난 10일 검찰 측에 코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을 중단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코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감 장면 티셔츠를 입고 찍은 동영상을 SNS 틱톡에 올리자 트럼프 측 변호인이 이를 중단하게 해달라고 법정에서 문제 삼은 데 따른 것이었다.
다만 검찰 측도 코언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NYT도 그가 이미 입막음 돈 지급 등 사건과 관련해 형기를 마친 뒤이기 때문에 검찰이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을 거의 가지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NYT는 “코언은 트럼프 형사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법정에 설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묻어둔 비밀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거나 검찰 말대로 ‘그의 보스가 필사적으로 감추려 한’지저분한 일을 드러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