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에 돌입한다. 금융당국이 어제 발표한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은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부실 사업장을 가려낸 뒤 금융사의 자율적인 매각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34조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한다. 은행·보험사도 부실 사업장 경·공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대 5조원의 자금을 수혈한다. 뒤늦게나마 옥석 가리기에 나선 건 다행이지만 정책 실기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PF 부실은 수년 전부터 우리 경제와 금융의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정부는 PF 부실 정리가 시급한 현안인데도 4월 총선 이후로 미뤘다. 그 사이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져 왔다.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0년 말 92조5000억원에서 작년 말 135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연체율도 같은 기간 0.55%에서 2.7%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의 연체율은 무려 13.73%에 달하고 저축은행(6.94%), 여신전문(4.65%) 등도 지나치게 높다. 올해 들어 4개월 사이 종합건설사 187곳이 문을 닫았고 주택 미분양 물량도 약 6만5000가구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건설사 줄도산과 PF 부실폭탄이 한꺼번에 터질 것이라는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PF 부실이 230조원 규모인 전체 사업장의 5∼10% 수준이고 금융·건설업계가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안이한 인식이다. 전국 3000여개의 사업장 정리에 속도가 붙으면 외려 금융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 7조원 규모의 경·공매 물량이 쏟아지면 건설경기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자재비 상승에 시달리는 정상 사업장마저 공사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번 대책만으로도 증권·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의 경우 충당금을 빼고도 5조∼6조원의 추가 손실이 생기는데 이는 금융불안의 도화선에 불을 댕길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도 부동산 PF 부실 탓에 새마을금고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나.
PF 부실이 금융과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막는 게 급선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이자유예와 만기연장으로 연명해 온 ‘좀비’사업장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 부실 사업장 퇴출이 늦어질수록 멀쩡한 곳까지 망가진다. 대신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사업장은 충분한 지원을 통해 활로를 터줘야 한다. PF 부실이 금융시스템 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2금융권 모니터링과 선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