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분쟁의 역사는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가 당겨지는 날이 존재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의 화약고가 된 중동의 역사에서는 1948년 5월14일이 그런 날이다. 초대 이스라엘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이 텔아비브 박물관에서 독립선언문을 발표(사진)하며 전 세계에 이스라엘의 건국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아랍인과 유대인의 갈등이 한창 진행되던 중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선언이었다. 유엔은 1947년 11월29일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아온 팔레스타인 지역의 56%를 유대인에게 넘겨주는 영토 분할을 결의했으나 아랍인들은 숫자가 더 적은 유대인들이 더 많은 토지를 가져간다며 결의안에 반발했다. 유대인들은 이런 아랍 진영의 불만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건국을 선포했다.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한 바로 다음날 팔레스타인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인 레바논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전쟁을 선포했다. 아랍인과 유대인 두 민족 간 갈등이 이스라엘의 독립선언을 계기로 폭발해 1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해 팔레스타인 땅을 대부분 차지하며 현재 중동의 구도가 만들어졌고,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