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이후, 소비 불평등 심화…부동산PF 고강도 옥석 가리기 [한강로 경제브리핑]

◆‘부의 대물림’ 탓? 80년대생 이후 세대, 소비 불평등 심화

 

캐나다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령이 되면 소득 불평등도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은 이들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부의 대물림’ 격차가 커지면서 이전 세대보다 소비 불평등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경제계에 따르면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월 한국경제포럼에 이런 내용을 담은 ‘고령화와 소득 및 소비의 불평등’ 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해 ‘연령’(20∼75세 가구), ‘코호트’(같은 해 출생 그룹, 1930∼1995년)와 ‘조사연도’(1990∼2022년)의 경제 상황 등이 소득·소비 불평등에 미친 효과를 추정했다.

 

그 결과 고령이 되면 소득 불평등이 더욱 빠르게 높아지는 연령효과가 확인됐다. 캐나다는 은퇴 후 계층 간 격차가 작은 공적연금 의존도가 커 불평등도가 떨어졌는데, 한국에선 반대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전체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해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 수급자(546만4673명) 중 68.5%(374만5084명)는 월 60만원 미만을 받고 있다.


특히 소비 불평등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출생 그룹까지 낮아졌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오히려 상승했다.

 

김 교수는 그 원인으로 증여를 통한 세대 간 이전 효과에 주목했다. 결혼하면서 부모로부터 주택이나 전세금을 증여받은 경우와 그러지 못해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후자에서 소비지출의 제약이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선 증여를 통한 부의 세대 간 이전 규모가 지난 20여년간 급속히 커졌다”고 밝혔다. 실제 국세청 징수 실적에 따르면 1995년 이뤄진 전체 증여재산 가액은 국내총생산(GDP)의 0.8%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5.6%로 올랐고, 증여받은 이들도 같은 기간 19만건에서 80만건으로 늘었다.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30조 부동산PF, 5∼10% 구조조정

 

금융당국이 23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고강도 옥석가리기에 나선다.

 

평가 결과 사업의 계속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사실상 퇴출까지 하는 등 최대 23조원 규모의 부실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및 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사업성이 일부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은행과 보험권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복수 금융 기관의 공동 대출)을 조성해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이러한 내용의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상반기까지 PF 대주단 협약과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의 부실 여부를 엄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본 PF, 브릿지론 이외 위험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약정도 사업성 평가 기준에 반영하고, 대상 기관에 기존 금융 기관 외 새마을금고도 포함하기로 했다. 사업성 평가등급 분류도 기존 ‘양호-보통-악화 우려’의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의 4단계로 세분화한다.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체계적인 재구조화를 유도하는 조치도 시행한다.

 

먼저 PF 사업장에서 대출을 2회 이상 만기 연장하면 현재는 대주단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나 이를 4분의 3 동의로 상향 조정한다.

 

또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과 2개 생명보험사(삼성·한화), 3개 손해보험사(메리츠·삼성·DB)가 참여하는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경락자금대출, NPL(부실채권) 매입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을 수행한다. 금융 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단계적으로 최대 5조원까지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구조조정(유의·부실 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를 전체의 5∼10%로 추산했다. 전체 사업장 규모를 고려해 볼 때 최대 23조원 규모다.

서울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4월 은행권 가계대출 5.1조원↑ 다시 증가세로

 

주택 매매거래 증가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5조원 넘게 증가했다. 기업대출도 12조원가량 늘어났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 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3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 3월 1조7000억원 줄어 12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보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865조원)이 4조5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237조5000억원)이 6000억원 각각 늘었다.

 

4월 기업대출 잔액은 1284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조9000억원 늘었다. 4월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6조5000억원, 5조4000억원 늘었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 증가와 함께 은행들의 대출 확대전략 결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