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된 해결사…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지시”

前 개인 변호사 코언, 증인 출석

“2016년 대선 앞 여성 표 잃을까 걱정
성인물 배우에 1억7000만원 건넸다”
범죄 혐의 입증할 핵심 진술될 전망
2024년 대선 전 유일하게 결론 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혐의 형사재판의 핵심 증인이자 돈을 지급한 당사자인 마이클 코언이 법정에 출석해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관된 4개의 재판 중 대선 전 유일하게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는 이번 사건에서 코언의 증언은 사실 여부에 따라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진술이 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코언은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건넸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을 몇 주 앞둔 시점이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이 재판 증언 후 자택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그냥 해”라고 말했고, 코언은 이 돈을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해 지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상환 요구는 대선 이후 승인됐는데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달이 변제하는 것으로 처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언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돈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음담패설을 담은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 공개 이후 여성 유권자 표를 잃을 것을 몹시 두려워했다고 증언했다. 대니얼스에게 돈을 지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은 그의 각종 뒷일을 비밀리에 처리하는 ‘해결사’였지만, 코언이 연방검찰에 기소돼 복역하면서 ‘저격수’로 돌아섰다. 코언의 이날 증언은 이미 그가 팟캐스트 등에 출연해 여러 번 언급한 내용이다. 코언은 이날 법정에서 자신이 해결사라는 것은 합당한 묘사였다며 “내 머릿속에 있었던 단 한 가지는 임무를 완수해 그(트럼프)를 기쁘게 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스’라고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코언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혼외자 의혹이 보도되지 않도록 타블로이드신문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모회사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페커와 협조했다고도 증언했다. 앞서 페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보도되지 않도록 해당 정보의 독점 보도권을 사들인 뒤 보도하지 않고 묻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서는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두걸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코언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눈 대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이날 코언이 증인석에 등장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면만 바라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다만 NYT는 그가 가끔 조는 것처럼 보였고, 코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니얼스 관련 대화 도중 멜라니아 여사에 관해 질문했던 일을 언급할 때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보도했다.

코언은 14일 다시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는데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게 대질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그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코언이 이미 1년 이상 복역한 점을 들어 검찰이 내부고발자인 그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