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첨단제품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끌어올리며 미·중 간 ‘관세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2018년 중국 수입품 수천건에 ‘관세폭탄’을 던졌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대규모 관세전쟁을 재개했다.
미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고 그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 180억달러(약 24조6000억원)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부과된 관세율을 2∼4배까지 높였다. 중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앞세워 추진하는 첨단기술 발전을 차단하는 동시에 자국 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백악관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오늘의 조치는 전략 부문을 신중하게 겨냥한 것”이라며 “해당 분야는 미국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역사적인 투자를 하는 분야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은 2025년까지로 기한을 한정해 두었는데 향후 추가 인상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정부의 반도체 제조 시설 확장 및 보조금 등의 투자를 언급하면서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 인상은 이러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올해부터 10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리튬 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알루미늄·철강 분야에 대한 관세율도 각각 올해 7.5%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태양전지에 대한 관세율도 올해 25%에서 50%로 인상된다. 중국의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우려가 제기된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한 관세도 현재 0%에서 2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대변인은 ‘관리는 불을 질러도 되지만, 백성은 등불도 켜서는 안 된다(只許州官放火, 不許百姓點燈)’는 중국어를 거론하며 “미국이 과잉 생산 능력을 명분으로 다른 나라의 첨단 산업을 억압하고 공정한 경쟁을 핑계로 보호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시장 경쟁 원칙과 국제 경제 및 무역 규칙을 유린하는 노골적인 횡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