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째 매주 계속 오르고 있다. 전세 물량보다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더 많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하면서 가격 상승 추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세가격지수는 이달 첫째 주(6일 기준)까지 전주 대비 51주 연속 상승했다. 16일 발표되는 13일 기준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을 낮출 요인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5월 넷째 주(22일 기준)부터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고, 주 수로 따지면 딱 1년 치인 52주 연속 상승이 된다. 날짜 기준 20일 조사에서 오름세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실제 1년을 꽉 채워 내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족한 전세 물량에 숨통을 틔워줄 서울의 향후 아파트 공급 물량도 적은 상황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139가구로, 전년보다 21% 감소한다. 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조사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 계획 대비 공급실적(분양진도율)은 27.7%로 나타났는데 서울은 13.6%로 특히나 저조했다. 당장 입주할 새집도 부족하지만 3∼4년 뒤에도 공급 물량이 달린다는 것이다.
7월 시행 만 4년 차에 접어드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간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신규 임차인을 상대로 4년 치 인상률을 적용해 전셋값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 원인은 복합적인데,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전세 수요 증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아파트 쏠림 현상은 세입자의 생존본능”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세 재계약이 부쩍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며 “전세 갱신 계약을 통해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는 증액 갱신 비중이 과거에는 30%를 밑돌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35%를 넘는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시장에서의 아파트 쏠림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 주 대책을 발표한다. 정부는 구조적 한계점을 지닌 전세의 대안으로 ‘장기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모델이 발표된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수요적 처방이 먹히지 않는 현재 전세난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장기 민간임대주택이지만 이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대로 추진했을 때 이야기”라며 “원룸 같은 소형주택 말고 방 3개, 화장실 2개 정도를 대규모로 필요한 곳에 공급해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부동산학)는 “공공임대주택이 가장 좋지만 이것만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니 장기 민간임대주택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주택 물량이 공급되면 전세난도 완화할 수 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위기에 처한 중소건설사를 구제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고가인 민간 임대주택 확대로 실수요를 흡수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