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의 눈썹 문신 시술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어재원 부장판사)는 14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미용업 종사자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9월∼2023년 5월 대구 한 피부미용업소에서 1인당 13~14만원의 요금을 받고 문신 시술용 기기와 색소 등을 사용해 고객들에게 눈썹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날 1차 공판에 이어 속행된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눈썹 문신 시술이 전문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사람 생명·신체 등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의료 행위’인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검찰은 증거조사 과정에서 과거 피고인이 피부미용업소로 영업 신고를 하고도 공중위생관리법에서 금지한 눈썹 문신 시술을 하다가 신고당해 관할 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반영구 화장용 문신 염료들에서 카드뮴, 납 등 중금속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내용 등이 담긴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문신 시술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어 비의료인에게 문신 시술을 허용하면 각종 부작용에 대처가 불가능하고 의무 기록을 보관하지 않는 탓에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술받았는지도 파악할 수 없는 등 국민 건강과 공중위생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변호인 측은 A씨 시술 잘못으로 손님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없고, 미용업소 운영에서도 위생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인만 할 수 있도록 국한할 필요가 없다는 성형외과 전문의 견해와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 해외 다수 국가에서는 비의료인도 일정 자격증을 획득하면 문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례 등도 제시했다.
이밖에 1000명이 넘는 문신사들이 A씨의 무죄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피고인이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도 참작해 달라고 배심원단에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미용학원에서 전문적으로 눈썹 문신 기술을 배웠고, 자격증도 취득했다”며 “피고인이 일을 하는 동안 보건위생상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국내에서 연간 200만명이 문신 시술을 받는데 특별히 보고된 중증 부작용 사례는 없다”며 “사회통념은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지 않는다. 문신을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보는 사회적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눈썹 문신 시술 기간과 수익 등을 고려해 징역 2년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일반 국민 7명으로 구성한 배심원단 가운데 4명은 A씨에 대해 유죄 의견을, 나머지 3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에 따라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다”며 “의료행위는 예방치료 행위뿐 아니라 의료지식이 없는 사람이 행할 경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를 포함한다. 미용성형 등도 사람 생명 등에 위험이 생길 수 있는 행위일 때에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전국 35만 문신사를 대신해 재판에 참여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며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재판 종료 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음 달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