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정책을 둘러싼 교착이 세 달 넘게 이어지며 국민은 극도의 불편, 불안, 피로를 호소한다. 다행히 갈등의 조정과 중재를 위한 조그마한 불씨가 보인다. 하지만 이번 주 결론을 예고한 서울고등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판결에서 정책의 타당성까지 판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렵게 마련된 갈등 해결의 단서가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한 법원의 과잉 관여로 무력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삼권분립 원칙은 견제와 균형을 요체로 한다. 사법부가 행정부나 입법부 결정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정책집행행위와 입법부의 입법에 전면적으로 관여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문,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행정부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한다. 중대하고 명백한 실체적이고 절차적인 하자가 없다면 행정부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확립된 명백한 원칙이다.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가 선출 권력인 정부를 압도한다면 민주적 합법성, 민주주의의 본질에도 상충된다.
의대 증원 정책은 정부가 내세운 의료개혁 4대 과제(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 보상) 중 하나이다. 정부는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130차례 이상 소통하며 현장의 의견을 생생히 경청했다. 그 결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정부의 헌법적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고도의 정책적이고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국책연구기관과 국립대 등에서 합리적인 통계모형에 근거하여 추계한 미래 의사인력 수급, 의료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된 연구를 종합하여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증원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종교계도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윤형석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