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장 후보 “明心이 民心” 궤변까지… 일극 체제 우려스럽다

추미애 당선인 ‘이비어천가’ 불러
이재명 대표 연임도 밀어붙일 듯
‘尹心’ 찾다 참패한 與 교훈 삼아야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총선 당선자 총회를 열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를 선출한다. 국회의장에는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업은 추미애 당선인의 선출이 확실시된다. 6선의 추 당선인과 5선의 우원식 의원이 표 대결을 벌이지만 승패는 이미 결정됐다는 관측이 많다. 친명(친이재명)계인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추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사퇴하면서 무게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사실상 이 대표가 추 당선인을 낙점한 모양새다. 민주당이 과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민주 정당이 맞는지 묻게 된다.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국가 권력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당 대표가 정하는 건 잘못”(우상호 의원)이라는 쓴소리가 나왔겠는가.

최근 민주당의 국회의장 경선 과정은 이 대표 일극 체제가 얼마나 공고해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급기야 그제는 추 당선인 입에서 “명심이 민심”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 대표의 의중과 민심을 동일시하다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입법부 수장으로 정파를 초월해 국회를 대표해야 하는 국회의장 유력 후보가 이렇게 ‘이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우 의원도 어제 “이 대표가 ‘(국회의장에)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죠’라고 말했다”고 ‘명심’ 경쟁에 가세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회의장 후보들이 한결같이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 유튜브에 경쟁적으로 출연해 강성 친명 세력의 지지를 받기 위해 ‘명심’ 운운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모든 것이 ‘명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민주당은 정상이 아니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찐명’인 박찬대 의원이 추대로 당선됐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 친명 인사들은 앞다투어 ‘이재명 연임론’도 띄우고 있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어대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여차하면 친명계는 이 대표 추대에 나설 태세다.

내부 경쟁과 견제가 사라지고 ‘명심’만 존재하면 건강한 공당이 될 수 없다. 일극 체제가 굳어지면 다양성이 부족해지고 결국 민심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오만하게 되고 권력을 절제하기 어렵게 된다. 윤석열 정권 초기 친윤계도 “윤심이 곧 민심”이라고 외쳤다. 국민의힘은 윤심 경쟁에 매몰되며 ‘당 대표 경선 당심 100%’ 규정을 밀어붙였고, 비윤 인사 출마를 가로막았다. 그 결과 민심과의 간극이 벌어졌고, 22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민주당은 몰락의 길을 걷는 국민의힘을 보고도 ‘명심’만 찾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