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 ‘협박’ 돈 뜯고 지적장애인엔 ‘호의’로 대출사기 행각

음주 운전자들과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공갈·사기 행각을 벌여 1억800여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약점을 악용하고 장애인들에게는 호의를 베풀어 호감을 산 뒤 금품을 가로채는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공동 공갈과 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총 15명을 검거해 이 중 범행을 주도한 A(20대)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심야시간대 전주 서부신시가지와 중화산동 등 유흥가 일대에서 술을 마신 뒤 차량 핸들을 잡은 운전자들을 발견하면 뒤따라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7명에게 총 69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은 ‘물색조’, ‘추격조’, ‘바람잡이조’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물색조가 유흥가에서 음주운전 차량을 확인하면 추격조가 뒤따라가 차를 세우고, 바람잡이가 경찰에 신고할 것처럼 협박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박당한 음주 운전자 대부분은 이들의 요구대로 돈을 건넸지만, 돈을 주지 않은 경우 10대 학생들을 시켜 집단폭행하도록 사주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 등은 또 같은 기간 은행업무가 서툰 지적장애인 4명의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받고, 기초수급비를 이체하는 수법으로 총 1억13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대출받게 해주겠다. 여자친구를 소개해주겠다’며 호감을 산 뒤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등에게 지적장애인을 소개해 준 장애인을 같은 혐의로 구속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들 명의 계좌와 간편결제 서비스 등을 이용해 여러 단계에 걸쳐 송금해 ‘자금세탁’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A씨 일당이 지인 소개 등을 통해 만나 조직적으로 범행했으며 편취한 돈은 주범 5명이 생활비 등으로 나눠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도 범죄지만 이번 처럼 추가적인 범죄 표적이 될 수 있기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휴대전화로 대출 등 대부분 금융거래가 가능하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휴대전화나 개인정보 등을 알려주지 않도록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