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사실상 확정…가처분 2심도 정부 손 들어줬다

정부가 추진하는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들이 증원 절차를 잠정적으로 멈춰달라고 낸 요청을 2심 법원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 판단과 본 소송이 남았지만, 일정상 내년 모집 인원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배분 결정처분의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신청인 중 의대 교수·전공의·수험생에 대해서는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각하했다.

16일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모습. 연합뉴스

이날 결정은 ‘2000명 증원’에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중 항고심으로는 처음 나온 판단이다. 지금까지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각각 의대 증원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 8건을 냈는데 이 중 7건은 모두 1심에서 각하됐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2심 법원도 증원 절차를 멈춰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의대생의 신청인(원고)으로서 적격성을 인정한 점은 1심과는 다른 판단이다. 재판부는 “헌법·교육기본법·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상 의대생의 학습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봤다.

 

앞서 이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지난달 3일 “(의대 증원·배정은) 교육부 장관이 각 대학의 의대 정원을 정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적인 행위로서 그 직접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고, 신청인은 이 사건 처분의 제삼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서울 시내의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반면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심문에서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고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1심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증원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정부 측에 요구한 것을 두고도 의료계는 1심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이란 기대를 키워왔다.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는 속도를 내게 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법원 결정에 환영하면서 의대 증원을 기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각 대학에서 증원과 관련해 진행 중인 학칙 개정을 마무리하고 수시모집 요강을 확정할 방침이다.

 

반면, 의료계는 즉시 재항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는 “사건의 중대성, 긴급성, 쟁점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5월31일 이전에 대법원에서 최종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각 대학이 이달까지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크지 않지만, 이 변호사 주장대로 대법원이 고법과 다른 판단을 하면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또 한 번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