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가 처음 국내에 도입된 2015년만 해도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이 있으면 3년 내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70%라고 단정적으로 말했습니다. 불과 10년 전엔 아밀로이드 침착 자체를 ‘사망선고’처럼 받아들인 거죠. 그러나 최근엔 조금 다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을 발견한 이후에도 치매가 진행하지 않고 오랜 기간 건강한 경우도 많습니다. 제 환자 중 예를 들어볼게요. ‘치매 유전자’를 가진 70∼80대 삼남매가 있는데 아밀로이드 침착된 이후 10년이 넘게 혼자 생활이 가능할 만큼 잘 유지하고 계십니다. 오히려 치매를 너무 두려워하고 비관적으로 바라보시는 경우에 안 좋은 결과가 더 많습니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는 지난 1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치료와 생활습관으로 치매의 중증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0년 전에 가졌던 ‘의학 정보’가 점점 과거형이 되고, 약물 역시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덕이다.
치매는 단일 질병명이 아니다. 다양한 원인의 뇌 손상으로 인지 기능을 상실해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만성·복합적 장애 상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매는 유전적 요인(아포지질단백질E4(APOE4)·APP·PSEN1·PSEN2 유전자 변이) 외에도 노화,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김 교수는 ‘슈퍼 에이저’를 위한 ‘7가지 계명’으로 △하루 일과 분석하기 △식단 조절(설탕·흰쌀밥·패스트푸드·가공식품 멀리하기) △규칙적인 운동 △감정 습관: 스트레스에 찌든 멘털 다루기(일기쓰기) △꿀잠자기 △뇌를 쉬게 해주기 △필요한 약만 현명하게 복용하기 등을 제시했다.
일기 쓰기는 김 교수가 강조하는 활동 중 하나다.
“보통 일기를 쓸 때는 그날을 한번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게 되죠. 그리고 그중에 가장 임팩트 있던 일을 기억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씁니다. 돌이켜서 생각한다는 것(해마)과 감정을 느낀다는 측면(변연계 활성화)에서 뇌의 특정 부분을 활동하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글로 쓰는 과정에 뇌의 전두엽, 두정엽 등 뇌의 왼쪽 전체를 다 움직이게 됩니다. 단순한 작업 같지만 뇌활동과 함께 그날의 감정을 다 쏟아내는 기능까지 하니 효과적인 거죠. 환자 중 한 분은 10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쓰며 건강한 일상을 유지 중입니다.”
김 교수의 ‘7계명’은 다들 희미하게는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항목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만 꼽으라면 뭘까.
김 교수는 주저 없이 “걷기부터 하세요”라고 답한다. 이를 통해 의지가 생기면 “설탕 등 단순당을 빼고 단백질을 잘 챙겨 먹는 식습관 교정”을 다음 순서로 권했다. 그다음으로 일기 쓰기 등의 순서로 갈 수 있다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첫 번째 숙제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완전 야행성인 사람에게 수면 패턴을 180도 바꾸라고 하지 못합니다. 환자 중에는 본인이 실천 가능한 수준만큼 수면 시간 앞당기기로 개선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알아야 바뀔 수 있습니다. 너무 신기하게도 각오하는 순간 뇌는 바뀝니다. 40∼50대만 잘 보내도 노화의 시계를 더디게 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