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돌아온 사리… “국민 소망 이뤘다”

양주시 회암사지서 이운 기념식

3여래 2조사 사리 일제 때 유출
美 보스턴미술관 보관하다 기증
尹 “한·미 관계 가까워진 게 도움”

김건희 여사, 169일만에 대중 앞에
불교계 “숙원 해결 도움” 참석 요청

일제강점기에 유출돼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보관하던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가 19일 본래 소장처로 추정되는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로 돌아왔다.

19일 경기 양주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의 특설무대에 마련된 제단에 사리구 재현품이 놓여 있다.

회암사 사리 이운 봉행위원회는 이날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 화상 다례재’를 봉행했다. 보스턴미술관이 기증 형식으로 조계종에 반환해 지난달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모셔진 3여래(부처) 2조사의 사리는 이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해 약 4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암사지 특설 무대로 이운됐다. 참석자들은 이어서 반야심경 등을 봉송하며 일제강점기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리가 약 100년 만에 본래 자리로 돌아온 것을 축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법어에서 “정광여래와 가섭여래의 사리는 법사리요, 석가여래(석가모니)와 지공·나옹 조사의 사리는 법신사리”라며 “불조사리를 오늘 비로소 사부대중과 함께 장엄하고 거룩하게 봉안할 수 있어서 정말 환희롭고 환희롭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과 이야기하는 모습. 뉴시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주호영 국회 정각회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화엄사 사리의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 배경에 대해 “오랫동안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였지만 한미관계가 가까워진 것이 또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며 “이미 끝난 문제라고 포기하지 않고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쳐 애쓰고 노력하니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해 국민의 소망을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일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의 분향소 방문 이후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여사는 이날 행사를 통해 169일 만에 대중 앞에 섰다. 김 여사가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사리 반환에 김 여사의 공헌이 컸던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 반환 논의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불교계에서 이날 행사에 김 여사의 참석을 간곡히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회암사 사리 이운 봉행위원장을 맡은 호산스님은 본행사 전 사전환담에서 “사리 환지본처를 위해 20년 노력했는데 그렇게 안 되던 것이 여사님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며 “부처님이 이곳으로 돌아오시려고 마음을 먹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사리가 환지본처돼 매우 뿌듯하며 이를 계기로 불교가 중흥하길 바란다”며 “제가 아니라 천만 불자들의 염원이 이룬 결과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특별 친견실에서 21일부터 3주 동안 공개한다. 조계종은 이번에 반환된 사리들은 원래 회암사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고려시대 공예품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에 담겨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스턴미술관은 사리구를 1939년 보스턴의 야마나카상회라는 딜러로부터 사들여 보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