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가수 김호중(33)씨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
사고 직후부터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 “모든 진실은 밝혀진다”고 주장한 김씨의 모든 말이 거짓말로 탈로 났다.
김호중은 19일 창원 공연을 마친 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밝힌 사과문에서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며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증거 인멸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 소속사 역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며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부터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씨가 입장을 바꾼 건, 경찰이 여러 정황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가 지난 9일 만났던 유명 가수 B씨와 개그맨 C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다. 또 이들이 방문했던 청담동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CCTV와 주점 매출내용 등도 분석했다.
경찰이 이날 “김씨 등이 조직적인 증거인멸 움직임을 보였다”며 구속 영장 신청을 시사한 것 역시 압박으로 작용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가 입장을 바꾼 것은 구속을 면해보자는 변호인 조언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 조남관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김씨가 ‘운전자 바꿔치기’ 등 각종 의혹을 받고도 공연을 강행한 것은, 음주 사실을 부정하며 시간을 번 뒤 공연 수익금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공연 취소에 따른 위약금이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틀간 창원 공연에 모인 관객은 총 1만 1600여 명으로 티켓 가격은 VIP석이 23만 원, R석이 21만 원이다. 두 차례 공연 모두 매진돼 관련 매출은 2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열린 고양 공연도 비슷한 규모여서 사고 후 네 차례 공연으로 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공연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달 23, 24일 서울 송파구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앞두고 주최사인 KBS는 주관사에 김호중 교체를 요구한 상태고, 내달 1, 2일 경북 김천시에서 열리는 콘서트와 이후 서울 단독 콘서트의 공동주최사인 SBS미디어넷은 공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김 씨는 2019년 한 트로트 경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악 창법으로 노래해 ‘트바로티’(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김 씨는 2021년 인터넷 불법 사이트를 이용해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한편 김씨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을 방문 후 대리기사를 불러 본인 명의의 승용차에 탑승해 집으로 이동했다. 이후 집에서 다시 본인 소유의 차를 직접 운전하던 중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