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운전 불감증에 온갖 ‘꼼수’까지 동원한 김호중의 일탈

가수 김호중의 뺑소니·음주운전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지난 9일 서울 강남에서 뺑소니 사고를 내고 줄곧 음주운전을 부인하던 김씨가 열흘 만인 그제 시인으로 돌아섰다. 그는 “음주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동안 김씨와 소속사의 행동은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각종 의혹에도 그는 11∼12일(고양), 18∼19일(창원) 공연까지 강행했다. 이런 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주운전 감정결과가 나오고 자택·소속사·주점에 대한 압수수색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구속을 모면하려고 마지못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일은 김씨 개인의 단순한 일탈을 떠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김씨는 음주사고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공황장애’ 핑계까지 대며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다. 사고 후 편의점에서 술을 사고 매니저는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까지 없앴다. 음주사고를 감추려는 온갖 수법이 동원된 셈이다. 전직 검찰총장 대행 출신의 거물급 변호인을 선임하기도 했다. 일부 몰지각한 팬은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고 두둔하기에 바빴다. 자신은 물론 타인의 가정까지 파괴하는 음주운전의 폐해를 모르는 것 같아 기가 막힐 뿐이다.



연예인은 공인(公人)에 걸맞은 언행이 요구된다. 연예인이라는 타이틀 자체에 치외법권 자격이라도 있는 듯 착각해서는 안 된다. 사생활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는 게 공인으로서 팬들과 사회에 대한 도리 아닌가. ‘돈’ 되는 연예인을 앞세워 한탕만 노리는 소속사·기획사도 반성해야 한다. 연예인은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된 지 오래다. 품성에 결함이 있고 자기관리에 소홀한 연예인이 청소년에게 미칠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힘들다. ‘한류’ 열풍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음주운전과 뺑소니, 증거조작 등에 연루된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단죄가 뒤따라야겠다. 연예계의 자정 노력도 요구된다. 음주운전을 하고서도 빠져나가는 법적·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어제 운전자 바꿔치기를 ‘사법방해’로 규정해 엄정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를 처벌하는 내용의 입법 건의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늦었지만 시의적절하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잠시 활동을 접고 자숙하는 모양새를 보이다가 슬그머니 복귀하는 구태도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