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64) 이란 대통령은 2021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란 내 서열 2인자다. 강경 보수파인 그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1960년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성지중 하나인 마슈하드의 한 이슬람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10대 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신학을 배웠으며, 25세에 검사로 재직하며 사법부에 입문했다. 이후 그는 테헤란 검찰청장과 검찰총장을 거치며 2019년 대법원장에 해당하는 사법부 수장에 올랐다.
라이시 대통령은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 1988년 반체제 인사 5000명의 처형을 주도한 일명 ‘사망위원회’에서 활동해 ‘테헤란의 도살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2019년에는 이란 수감자에 대한 고문 등 인권침해로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2022년에는 이란 전역에 ‘히잡 시위’가 불붙자 이를 탄압하고 여성 복장 단속을 강화했으며, 미국 등 서방을 비난하며 핵무기 개발 수순인 우라늄 농축을 지원했다.
2017년 대선에서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 패한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재출마해 당선됐다. 62%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대선 후보 자격을 심사하는 이란헌법수호위원회가 온건파 후보들의 대선 출마 자격을 대거 박탈하면서 취임 전부터 정당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대선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고, 대선 투표율은 48.8%로 1979년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고가 난 헬기에는 이란 외교의 사령탑인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부 장관,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알리 알레하셈 타브리즈 지역 이맘(종교지도자)도 탑승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을 “나의 사랑하는 형제”라며 “(사고 소식이) 고통스럽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