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개혁신당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화환을 보내고 홍철호 정무수석을 참석시킨 대통령실 행보가 야당과의 협치에 물꼬를 틀 지 주목된다.
앞서 허 신임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38.38%로 경쟁자인 이기인 전 최고위원(득표율 35.34%)을 제치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허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으로는 전당대회 득표율에 따라 이 전 최고위원과 조대원·전성균 후보가 선출됐다.
개혁신당의 전당대회는 네 차례에 걸친 권역별 현장평가단 투표(25%)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25%) 그리고 당원 투표(50%)를 합산해 결과가 나왔다. 17~19일에 이뤄진 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70.04%(총 4만1004명 중 2만8719명 참여)다.
항공사 승무원과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 출신으로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영입돼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허 대표는 지난 1월 개혁신당 합류를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의원 배지를 뗐다. 개혁신당에 합류한 후에는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허 대표의 수락연설에서는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개혁신당의 젊은 대통령을 탄생시키겠다’던 자신감이 주목됐다. 현시점에서 사실상 ‘원톱’인 이준석 개혁신당 전 대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허 대표는 2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를 크게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지금의 2030 세대들이 또 다른 이준석이 되겠다고 뛰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쟁자들도 계속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전당대회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의 화환과 함께 홍 수석의 참석이었다. 야당 전당대회에 대통령 화환은 통상적이지만, 대통령실 핵심 인물까지 참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어서다. 허 대표는 라디오에서 “저희에게는 좀 이례적이라고 느꼈다”며 “홍철호 수석이 온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의 국민의힘 대표 시절 전략기획부총장으로 당직 맡은 인연이 있지만 전당대회 참석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는 얘기다.
전당대회에서의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해 개혁신당의 역할은 중요하고 서로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다름이 약간씩 있을 텐데 그것을 조율하는 게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실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개혁신당 같은 혁신적인 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소통하겠다”던 홍 수석 인사는 사실상 대통령실의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야당과의 협치에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로도 보였다. 홍 수석의 인사에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축하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대통령이 협치 의지를 보인 것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개혁신당과 정부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에는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허 대표는 이를 두고 “상징적으로 문을 조금씩 열어서 소통하겠다는 정무적 판단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국민의힘도 개혁신당에 다소 ‘연대’의 기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허 대표 선출에 “마음 깊이 축하드린다”며 “국민의힘과 모든 면에서 연대하며 함께 발맞춰 나갔으면 한다”고 제안했고, 이 전 대표에게도 “심심한 경의와 애정을 보낸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허 대표는 라디오에서 “우선은 (인사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면서도 “모든 것을 연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황 비대위원장의 표현 그대로 ‘모든 면’에서 연대할 거라면 애초 국민의힘에서 탈당하지도 않았고 개혁신당이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모든 면의 연대’에 반대한 것으로 들린 말에 ‘국민의힘 정책에 반대하는 쪽으로 가나’라는 진행자 질문이 나오자, 허 대표는 “무조건 발목 잡는 야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비판할 대목에서는 확실하게 비판하겠다는 의미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