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 주역 새 부문장 선임 대만총통, “AI의 섬 만들겠다” 공언 반도체 스타트업 보조금 지원 절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어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임명됐다.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자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 기술통이다. 정기인사 시즌도 아닌데 반도체 수장을 바꾼 건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은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했다. 앞서 삼성은 DS부문 임원의 연봉을 동결한 데 이어 임원 주 6일 근무제까지 시행했다. 삼성의 위기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한때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였던 삼성전자의 위상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지난해 반도체 적자가 15조원에 육박한 데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도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은 상징이던 ‘기술 초격차’ 전략이 망가졌고 추격자 신세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는 점유율이 작년 4분기 11%에 그쳐 세계 1위인 대만 TSMC 61%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와 달리 경쟁국 대만은 반도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라이칭더 총통은 그제 취임식에서 대만을 “반도체 칩을 만드는 ‘실리콘 섬’이라는 기초 위에서 ‘AI의 섬’으로 만들겠다”며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TSMC는 차세대 HBM 생산까지 참여해 한국기업과 주도권 경쟁에 나설 태세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도 막대한 보조금까지 뿌리며 반도체 공장 유치와 자국 기업 보호에 여념이 없다. 첨단반도체의 한국 내 생산비율은 현재 31%에서 10년 후 9%로 추락한다는 예측(미국 반도체산업협회)까지 나온다.
반도체 전쟁은 국가가 전력을 다하는 총력전이 됐다. 사정이 이런 데도 우리만 한가하다. 지원책이라곤 기업이 내야 할 세금에서 설비 투자분의 15%만 줄여주는 게 거의 전부다. 외려 용수와 전력, 부지, 인허가 규제로 반도체 공장건설이 차질을 빚는 사례가 허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현장은 따로 논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경제의 버팀목이자 AI 시대 경제·안보의 핵심이다. 기업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정부는 파격적인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을 서두르고 차세대 기술개발도 도와야 한다. 반도체 설계와 소재·부품·장비분야의 스타트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과감한 투자와 우수인재 유치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