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집만큼은 지금까지 날 돌봐준 며느리한테 물려주고 싶어요. 딸이 자기 몫을 달라는데 어떡하나요.”
A은행 강남지점을 찾은 최순례(가명·90)씨는 3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내외와 본인 명의 서울 강남 소재 주택에서 살았다. 10년 전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며느리는 계속 함께 살면서 최씨의 삼시세끼뿐 아니라 병수발까지 도맡았다.
무엇보다 유언장에 비해 상속 분쟁 가능성이 작은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지혜진 선임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에 비해 조건 설정이나 변경이 용이한 데다 수탁자(신탁관계에 따라 일정한 사무를 위임받은 주체)를 통해 유언 집행의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지정상속을 원하는 고객의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상속·증여재산 규모는 총 188조4214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90조4496억원)과 비교하면 2.1배가량으로 늘었다.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의 하승희 차장은 “이용 고객이 매년 110% 정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시니어 고객뿐 아니라 1인 가구나 자녀가 해외에 사는 경우, 재혼 가정 등으로 고객층이 다양해지고, 사후 유산을 기부하기 위해 신탁을 찾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리빙트러스트센터가 지난해 유언대용신탁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80세 이상이 50% 이상으로 가장 많았지만, 65세 미만도 25%나 됐다.
초기 유언대용신탁 상품의 가입액은 10억원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제한이 없어지는 등 문턱도 낮아졌다.
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은퇴자 및 시니어 자산가뿐 아니라 상속인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와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리고,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점포도 속속 열고 있는 이유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산관리·증여·상속·기부·연금 등에 대한 컨설팅과 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 시니어 라운지’를 열고, 금융권 최초로 ‘유산정리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작성한 유언장을 은행 금고에 보관하고 유언의 집행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해 주는 서비스다.
신한은행도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신한 신탁라운지’를 열고 유언대용신탁과 증여신탁 등을 중점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