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돼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이다. 야권은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특검 수용 대신 자폭을 택했다”고 비판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특검법안은 국회에서 재표결 수순을 밟게 됐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특검법안은 여야가 수십년간 지켜 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 총리도 “이번 법안은 절차적으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고 내용상으로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22대에서 재차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야권 주도로 조성된 ‘특검정국’은 격랑으로 빠져들게 됐다.
야 6당(더불어민주·정의·기본소득·새로운미래·조국혁신·진보)은 국회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을 강력 규탄했다. 전날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이들 정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던 개혁신당은 불참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끝내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가차 없이 걷어찬 윤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과거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점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이 채 해병 특검을 거부했다. 그렇다면 범인임을 스스로 자백한 것 맞나”라고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 검찰독재에 이어 행정독재로 가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승만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국회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방법”(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여야 합의 없는 특검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거부당했다”(추경호 원내대표)며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김민전 수석대변인은 “정치적 쟁점 사안마다 정략적 판단으로 특검을 남발하는 것은 기존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