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닥친 때 이른 폭염을 못 견딘 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고 미국 ABC 방송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생물 다양성 보전 단체 ‘코비우스’의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이후 약 2주간 남부 타바스코주에서 ‘유카탄검은짖는원숭이’ 83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과테말라검은짖는원숭이'라고도 부르는 이 동물은 이름처럼 포효하며 울부짖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성체의 키가 2m에 달하는 대형종이어서 쉽게 사망하는 동물은 아니다. 이런 원숭이의 사체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견된 것이다.
코비우스는 원숭이들의 집단 폐사 원인으로 열사병 가능성을 지적했다. 죽음 위기에 처한 원숭이를 치료한 수의사 세르지오 발렌수엘라 박사는 “탈수와 고열로 위독한 상태로 원숭이가 도착했다”면서 이는 열사병의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야생동물 생물학자 길베르토 포조 박사는 ABC 방송에 “원숭이들이 사과처럼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었다”면서 “그들은 심각한 탈수 상태에 있었고 몇 분 만에 죽었다”고 밝혔다. 포조 박사는 쇄약해진 원숭이들의 경우 수십미터 높이 나무에서 떨어지며 추가적 피해를 입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곳곳에서 한낮 최고기온 40∼45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오악사카, 마사틀란, 산루이스포토시, 미초아칸, 할리스코 등지에서는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인 3월17∼5월 14일 사이 337건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최소 17명이 숨진 것으로 당국은 집계했다.
이에 따라 코비우스 등 동물보호단체는 물과 음식 등을 서식지 주변에 가져다 놓는 등 원숭이들이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도 원숭이 폐사와 관련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지에서는 영양실조 또는 독성 농약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