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자료 지우려했나…구하라 사후 사라진 휴대폰 ‘의문’

구하라 휴대폰 넣어둔 개인 금고 사라져…절도범 비밀번호 누르는 등 면식범 사주 받았을 가능성 커
엠빅뉴스 캡처

 

고(故) 구하라가 생전에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 유착 실마리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사후 그의 집에서 벌어진 절도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하라의 휴대전화 등이 사라진 절도 사건은 2020년 1월14일 새벽 12시 15분쯤 발생했다. 신원 미상의 남성이 구하라 집 담을 넘은 후 개인금고를 훔쳐 달아났다.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 후 5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남성은 신장 175㎝ 내외에 안경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범인은 집안으로 침입하기 위해 고인이 살아있을 때 설정해둔 비밀번호를 눌렀다. 비밀번호가 맞지 않자 2층 베란다를 통해 침입, 금고가 보관된 다용도실로 직행했다.

 

범인이 훔쳐간 것은 가로·세로 약 30㎝ 크기의 금고. 다른 고가품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금고가 보관된 장소를 아는 등 집 내부 구조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범인이 구하라의 생전 지인이거나 그의 사주를 받은 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이 구하라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더욱이 절도 시점이 구하라의 49재가 지나 오빠인 구호인씨가 구하라 집에서 나와 본가로 간 직후라는 점에서 특정 물건을 노린 범인의 의도적인 범행이라는 의심이 짙어진다.

 

구하라의 개인금고에는 값비싼 귀금속 외에 그가 재테크하면서 작성했던 계약서,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전화 등이 보관돼 있었다.

 

구하라 가족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변호사는 “거기(금고)에 뭐 이거(귀금속) 외에 뭐 되게 더 중요한 게 있냐는 생각도 든다”며 “구하라 씨와 구하라 씨의 지인만 아는 되게 중요한 게 뭐가 들어있지 않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금고에 휴대폰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는 MBC에 “휴대폰은 요즘 사설에서도 포렌식이 된다. 영상이든 사진이든 지웠더라도 복원이 가능하다”며 “구하라 씨의 세컨폰이라든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썼던 폰 같은 거라고 하면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시킨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범인의 정체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9개월이 넘는 수사에도 CCTV 속 남성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경찰은 “피해자 측이 제출한 영상만으로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신고가 들어왔을 때 사건이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난 상황이라 주변 CCTV 기록도 모두 삭제됐다. 지금으로서는 추가적인 단서가 없으면 추가 수사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가족과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은 CCTV 속 용의자의 모습을 보고도 떠오르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범인이 구하라의 직접적인 지인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범인의 복장과 침입 과정 등을 봤을 때 범인은 전문 절도범이 아니고, 평소 신체 활동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며 “입은 옷 같은 경우도 야광 같은 게 번뜩이는데 (전문가라면) 저러면 안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범인이 와본 장소면) 이렇게 조심스럽게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범인이 동선을 왔다 갔다 하는데, 여긴 처음인 거다”며 사주를 받고 절도를 한 것으로 봤다. 이어 “빠르게 하려고 다른 거 손 안 대고 필요한 것만 가지고 바로 나오는 형태라고 보면 금고 속에 무언가가 진짜 시급한 사람에 의한 절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패치가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를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범인은 도수가 있는 안경을 쓰고 있으며, 다이얼로 끈을 조절하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또 범인이 입고 있던 상의는 앞면과 뒷면의 원단이 서로 다른 형태로 이어져 있었다. 더불어 디스패치는 공범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놨다. 사건 당시 담벼락 쪽에서 누간가 서성거렸으며, 주차장에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서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편 지난 19일 ‘BBC 뉴스 코리아’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는 승리, 정준영 등 문제의 연예인들과 경찰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는 데 구하라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