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평소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요즘 들어선 중국발 직접구매(직구)를 애용한다. 오죽했으면 부인이 “알리 왔어요”라며 아침잠을 깨울 정도란다. 낚시가 취미인 지인 얘기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제 우리 안방 깊숙이 침투했다. 국내 제품에 비해 워낙 싸다 보니 처음에는 속는 셈 치고 주문했다가 기대 이상의 가성비에 호응이 이어진 결과다. 일상 생활용품부터 전자기기까지 안 파는 물건이 없다. 1000원짜리 물건도 무료 배송을 지원한다. 이러니 배달에 오랜 시간이 걸려도, 짝퉁·가품 논란에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다고 이뤄진 일은 아닐 게다.
글로벌 무역구조가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빠르게 이동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물류 배송 체계 변화와 차별화된 쇼핑 경험이 결합했다. 이제 초국경 소비시장 도래는 현실이다. 포화 상태의 자국 시장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진격은 전 세계 유통시장을 좌지우지한다. 미국의 아마존·이베이 같은 거대 기업마저 중국산 초저가 공세 앞에 맥을 못 출 정도다. 우리로서도 달가울 리 없다. 국내 제조 및 유통 업체, 중소 상인들 사이에서 “이대론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전 세계가 겪는 문제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나서려면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동 때 경험하지 않았나. 쉽지 않다. 중국의 시장 공략에 맞서려면 국내 물류업과 이커머스 플랫폼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 위기의식을 갖고 차별화된 전략 수립과 벤치마킹은 기본이다.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유모차와 완구 등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의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대통령실이 나서 고개까지 숙였다. 왜 그랬을까. 중국산 일부 직구 상품의 위해성은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나 법적으로 제약이 어려운 해외 직구 상품에 KC 인증 규제를 들이대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발상 자체가 성급하기 그지없다. 처방에 급급해 설익은 정책을 내놓다 보니 역풍을 맞는 건 당연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