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제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 기대 부응과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 범죄를 엄단하는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오 처장 취임으로 장기간의 수장 공백 사태는 해소됐으나, 2기 공수처 앞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오 처장은 2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올해 1월20일 전임 김진욱 전 처장이 퇴임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오 처장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잘하기 위해선 외풍에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각자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는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취임식 뒤 “국민 기대에 부끄럽지 않게 절치부심하겠다”고 했다.
오 처장이 향후 3년간 이끌 공수처의 최우선 과제로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사회적 이목이 쏠린 수사가 꼽힌다. 오 처장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제일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니까 잘 챙기도록 하겠다”며 “성실히 수사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처장을 보좌해 공수처를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차장을 인선하는 게 시급하다. 김 전 처장에 이어 오 처장도 판사 출신인 만큼,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수사력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차장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인사가 기용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 오 처장은 “직역을 따지는 건 아니고 수사 역량 관점에서 훌륭한 분을 모시려 한다”며 “3년의 큰 농사가 잘되도록 여유를 갖고 조금 긴 호흡으로 제청 인선 업무를 하려 한다”고 했다. 공수처 차장은 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조직 쇄신, 안정화도 중요한 과제다. 공수처는 인력 이탈이 끊이지 않았고, 수사 인력도 부족하다. 공수처법상 정원은 처·차장을 포함해 85명인데, 현원은 처장과 검사 19명, 수사관 36명, 행정 직원 20명 등 76명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불일치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공수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외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는 해병대 고위 관계자 진술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단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해병대 간부의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사항에 관해선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을 대리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공수처가) 대통령 격노 부분은 진술을 일부 확보했고 진술을 뒷받침하는 녹취 파일이랄지 이런 것들이 다 채증이 된 것 같다”며 “그걸 전제로 한 대화가 포렌식에 녹취가 돼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