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의 도심은 문화재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 같은 규제에 묶여있고, 재개발·재건축이 위축돼 제때 정비하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재준 수원시장)
인구 120만의 수원시가 최장 10년이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을 2년으로 단축, 노후한 원도심을 개발하는 내용의 ‘정비구역 주민제안’을 도입한다. 구역 지정부터 계획 수립, 설계의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도심 재정비 계획으로, 19곳으로 나뉜 ‘생활권 계획’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다.
◆ 이재준 시장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로 도시 활력”…기본계획 재정비
이재준 수원시장은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수원형 도심 재창조 2.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시장은 “기본계획 재정비에 따른 조례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례 개정 후 정비사업 후보지를 공모하고, 주거환경 정비가 시급한 지역을 우선 선정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안은 도심 60% 이상을 차지하는 노후 저층 주거지에 대한 대규모 정비에 무게를 뒀다. 올 하반기까지 이 방안이 도입되면 생활권에 따라 시민 누구나 2년 주기로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시는 통합 재건축을 전제로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시행됨에 따라 다음 달부터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2025년 말까지 완료될 계획안에 따라 주민 참여도와 주거환경 개선 시급성, 도시 기능 향상 기여도, 주변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선도지구를 선정할 예정이다. 영통·매탄·권선·정자·천천지구의 5곳이 후보지로 예상된다.
역세권 노후지역은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고밀 복합 개발할 방침이다. 개별 소규모정비사업의 통합개발을 유도해 사업 면적을 키우고 용도지역 상향과 공공지원 등으로 사업성을 높이게 된다. 승강장 경계로부터 500m 내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상향하고, 200m 내 초역세권은 최대 준주거지역까지 종상향을 고려한다.
다양한 용도를 결합해 청년창업허브, 문화창조허브 등도 조성하며 시세의 70% 정도 보증금으로 최소 20년 이상 살 수 있는 새빛안심주택은 내년까지 이주민, 청년,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90호를 공급한다.
이 시장은 “수원형 도심 재창조 2.0 프로젝트로 수원 전역이 활력 넘치고, 경쟁력 있는 미래 도시로 재탄생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시의 경우 전날 국토교통부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 노선에 구운역 신설을 승인하면서 최근 도시 재개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 사업은 수원 광교에서 호매실로 이어지는 9.88㎞ 구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현재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노선이 지나는 구운동 인근에는 공동주택이 밀집해 있고 서수원버스터미널, 대형마트, 일월수목원 등이 자리한다. 대중교통 수요가 많아 2012년부터 역 설치가 꾸준히 추진돼왔다.
◆ 정명근 화성시장 “세수 1조350억원가량 늘어야”…일반 구(區) 설립도 추진
이날 정명근 화성시장도 시청에서 간담회를 열어 내년 특례시 진입을 앞둔 화성시의 성장 청사진을 공개했다. 화성시는 2001년 군에서 시로 바뀐 뒤 기업체·신도시 유치를 앞세워 인구 21만에서 100만으로 5배나 성장했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말까지 인구 100만을 유지하면 2025년 1월 특례시로 지위가 바뀐다.
정 시장은 “(수원·고양·용인·창원의) 특례시들은 말뿐인 특례시”라며 “권한, 역할에 걸맞은 세수가 확보돼야 한다. 화성시정연구원 연구 결과 화성시가 광역시일 경우 같은 세입구조라면 지방세가 현재 1조6000억원에서 1조350억원가량 추가로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1조원의 절반에라도 해당하는 세수 항목을 늘려주거나 교부세를 증가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례시 권한 이양과 관련해선 “(내년 특례시로 인정되면) 십여 가지의 권한과 업무가 이양되지만 명칭에 걸맞은 실질적인 권한은 가질 수 없다”며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과 고층 건물 건축허가, 수목원과 정원 조성계획 승인 권한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다도 없는 일부 특례시에 해양 관련 업무와 권한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도시 재정비를 위한 행정체계 개편도 언급했다. 정 시장은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 중 일반 구(區)가 없는 곳은 화성시뿐이라 특례시 준비와 함께 연말까지 시민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 이민근 안산시장 “12조7000억대 대규모 개발”…‘좌초’ 용산 PFV프로젝트 연상
이날 공개된 경기남부 대도시 시장들의 발전 청사진은 최근 이 지역에 불고 있는 개발 훈풍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산시와 안산도시공사도 최근 20여년간 방치된 초지역세권 개발사업계획을 내놓았다. 단원구 초지동 666-2번지 일원 18만3927㎡ 부지에 대형쇼핑몰과 주거단지, 숙박·문화·체육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시는 개발이익을 시민과 나누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통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수도권 건설경기와 주택수요 역시 침체된 가운데 추진되는 민·관합동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다. 안산시와 안산도시공사는 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 30∼40층 높이의 고급 주거시설을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민근 안산시장도 이달 13일 시청에서 가진 ‘2035 뉴시티 안산 프로젝트’ 추진사업 기자회견에선 12조7000억원을 투자해 역세권 중심의 콤팩트 시티와 더불어 사동 89블록(BL)과 옛 해양과학기술원 부지에 약 9000가구에 달하는 명품 주거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또 내년 상반기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 중인 사동 안산사이언스밸리(ASV) 지구 내 첨단 의료 중심의 한양대 종합병원 유치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안산시의 사업들은 2000년대 중반 31조원 규모로 진행돼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 불린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연상시킨다. 삼성물산 등 30여개 기업이 출자한 ‘드림허브금융투자회사(PFV)’가 민간 시행사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좌초된 바 있다.
시는 2035년까지 추진될 이 사업에 최대한 민간 자본을 유치해 시 재정 부담을 경감시키고 적기에 사업 예산이 투입되도록 한다고 밝혔으나 10년 넘게 이어질 사업의 종착역 역시 미지수다. 2022년 7월 취임한 이 시장의 임기는 2026년 7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