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노무현 정신’ 아전인수?…‘타협의 정치’부터 ‘검찰개혁 완성’까지

황우여 “盧, 타협 정신을 늘 강하게 주장”
이재명 “‘당원 중심 대중정당’, 반드시 가야 할 미래”
조국 “검찰개혁 22대 국회서 완성”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은 가운데 여야 대표는 23일 한 목소리로 ‘노무현 정신’을 외쳤다. 다만 모두 강조하는 바는 달랐다. 국민의힘은 ‘대화와 타협’을, 더불어민주당은 ‘당원 중심 대중정당의 길’을,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 완성’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 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뉴시스·연합뉴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통합과 상생 정신을 강조했고 타협 정신을 늘 강하게 주장하셨다”며 “취임사에서도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 풍토,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을 깊이 사랑하고 그 뜻을 받들고자 하는 당의 정신이 있기 때문에 새 지도부가 저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정치를 실현해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소수여당’인 국민의힘이 ‘거대야당’인 민주당에 노무현 정신을 매개로 대화·타협의 정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법상 시한 내 원 구성 완료,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안 재발의 등 강경 기조를 강화하는 중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이 2009년 5월 29일 노제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노무현 없는 노무현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참여정치의 시대부터 ‘당원 중심 대중정당’의 길까지,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미래”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대한 당원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권 강화에 연일 시동을 거는 중이다. 이런 움직임이 노무현 정신에도 합치한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메시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은 그들(검찰과 언론)과 토론하려고 했다. 그 진심을 저는 안다. 검찰이 제자리를 찾도록,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을 섬기는 참된 기관이 될 수 있다고 희망하며 노력했다”며 “그 선의는 악의로 돌아왔다. 검사들은 개혁에 저항했다. 비아냥대고 조롱했다. 수사로 보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께서 20년 전 받은 먼지떨이 표적 수사와 편파 불공정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조 대표는 “더 이상 검사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 없다. 헌법과 법률을 고칠 수밖에 없다”며 “검찰개혁을 22대 국회에서 완성하겠다. 수사권을 회수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함께 ‘검찰개혁 시즌2’를 벼르고 있는 만큼 노무현 정신을 검찰개혁에 연결시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