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영장심사 연기 요청까지 냈다…법원은 ‘기각’

트로트 가수 김호중 측, 23일 법원에 영장실질심사 연기 요청했다가 기각
일부의 ‘위약금 때문 아니냐’ 추측에는…소속사 ‘그건 아니다’ 입장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은 후 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뉴스1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서면서도 공연 강행 의사를 피력해온 트로트 가수 김호중 측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연기 요청까지 냈다가 법원의 기각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심사 날짜를 미뤄달라는 김씨 측의 요청을 기각했다. 소속사는 다수의 해외 출연자가 입국한 상황인 만큼 예정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라고 언론에 알렸다. 이미 김씨가 공연 출연료를 반납했고 위약금도 공연제작사가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소속사와 가수가 위약금 때문에 공연을 강행하는 건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김씨가 공연 출연을 먼저 포기하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앞서 알려진 터라, 이같은 책임을 회피하려 김씨 측이 공연 강행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여럿 제기됐었다. 위약금 우려를 이유로 김씨가 공연을 강행한다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여론이 악화해 향후 그의 연예계 활동은 원천 봉쇄될 수 있다.

 

법원의 영장심사 연기 사례가 과거 있지만, 어디까지나 피의자 측 요청이 아닌 법원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게 전부였다. 2022년 대장동 관련 의혹으로 재판 받던 곽상도 전 의원의 영장심사를 미루면서 서울중앙지법은 ‘기일지정은 재판사항으로 그 이유는 공개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은 김씨와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본부장 전모씨의 영장실질심사를 24일에 진행한다. 이 대표와 전씨의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1시30분과 오전 11시45분이다. 일각에서는 세 사람의 영장심사 시간차에 ‘말을 맞출 가능성 때문 아니겠나’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법조계에서는 영장심사 시간차가 그리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지난 22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검찰은 법원에 김씨와 이 대표, 전씨의 구속영장을 같은 날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전씨에게는 범인도피교사와 증거인멸 등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김씨의 만취 운전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늦은 측정으로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음주운전 대신에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가 경찰에서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식당에서 ‘소폭’ 1~2잔을 마시고 유흥주점에서는 소주 3~4잔만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김씨가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폭’은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말한다.

 

김씨는 공연을 앞두고 있어 양주는 마시는 척만 하며 입에만 살짝 댔고 소주도 남은 소주가 병의 상표 스티커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만 마셔 ‘만취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사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자신이 삼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에서 “오는 23~24일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며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알린 터다. 소속사는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은 모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결과에 따른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씨의 24일 공연은 파행이 불가피하다. 심사는 일반적으로 피의자를 구인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큼 심사 당일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심사 일정까지 정해진 상황에서 당장 23일로 예정된 김씨의 공연이 고운 시선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