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청년 동행’, 대전에서 11번째 결실 맺다 [이동수는 이동중]

“제가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지난 3월 삼성전자 뉴스룸에는 보육원·위탁가정 등에서 보호가 종료돼 홀로서기를 준비 중인 한 자립준비청년이 삼성 직원 멘토에게 보낸 편지가 게재돼 화제가 됐다. ‘소연님’이라 소개된 이 청년은 멘티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현정 프로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고민과 진로 걱정을 진심으로 경청해줘서 고맙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연님은 ‘삼성희망디딤돌’을 통해 최 프로를 만났다. 희망디딤돌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삼성의 사회공헌(CSR) 프로그램으로, 자립준비청년에 주거 안정과 진로 멘토링, 향후 사회 진출을 위한 전문 교육 과정까지 제공한다.

 

23일 대전에선 희망디딤돌 대전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2016년 첫 부산센터 이후 11번째 센터다. 올해 10월 충북센터가 개소하면 희망디딤돌센터는 총 12곳으로 늘어난다.

 

센터에선 요리, 청소, 정리 수납과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에 더해 금융 지식과 자산관리 등 기초 경제교육, 진로상담과 취업알선 등 진로교육도 하며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희망디딤돌 대전센터에는 자립 생활관 14실, 자립 체험관 4실과 교육 운영 공간 등이 갖춰져 있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 생활관에서 최대 2년간 1인1실로 거주할 수 있다. 앞으로 보호가 종료될 만15∼18세 청소년들도 자립 체험관에서 며칠간 거주하면서 자립생활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에 입주할 자립준비청년들이 머물게 될 방 모습. 10평 남짓한 오피스텔로 1인1실로 운영된다. 생활에 필요한 대다수 가전·가구가 구비돼 있었다. 대전=이동수 기자

희망디딤돌센터는 청년들이 자립 시 가장 부담이 큰 주거 문제를 해결해 미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날 방문한 대전센터 생활관은 10평 남짓한 깔끔한 공간으로 한 명이 생활하기에 넉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침대, 소파, TV 등에 더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전기밥솥 등 필수 가구·가전이 모두 구비돼 있었다. 입주 청년들을 위한 공용공간엔 도서관이 마련됐다. 

 

◆임직원 아이디어, 이재용이 꽃피우다

 

희망디딤돌은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부한 금액으로 시작된 CSR 활동이다. ‘삼성희망디딤돌’이라는 이름도 임직원들이 지었다. 지난해까지 희망디딤돌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은 누적 2만7065명에 달한다.

 

희망디딤돌은 임직원 기부금 250억원을 토대로 2016년부터 운영했고, 임직원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2019년 회사 지원금 250억원을 추가해 사업 지역을 확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핵심 경영 철학인 ‘동행’이 반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2주기를 맞아 연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전하는 등 CSR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내비쳤다. 2021년 12월에는 정부의 ‘청년희망 온(ON)’ 영상 메시지를 통해 “청년의 꿈은 바로 우리 모두의 내일”이라며 청소년을 격려했다.

◆전자·IT, 제과·제빵 등 취업교육까지 책임져

 

희망디딤돌센터가 자립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했다면 ‘삼성희망디딤돌 2.0’은 이들이 기술·기능 역량을 쌓아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취업교육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함께일하는재단 등 4개 기관과 지난해 8월 사업을 출범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사업 출범 전 전국의 희망디딤돌센터에 거주 중인 자립준비청년과 센터 관계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청년들이 필요로하는 취업교육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 공용공간에 마련된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도서관 모습. 대전=이동수 기자

이에 지난해 하반기 △전자·IT 제조 △선박제조 △IT서비스 △제과·제빵 △반도체 정밀배관 등 5개 교육 과정이 개설됐고, 교육 수료생 46명 중 2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기존 5개 교육 과정에 더해 △온라인광고·홍보 실무자 △중장비 운전기능사 △애견 미용사 △네일아트 미용사 등 4개 교육 과정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개설된다.

 

특히 △온라인광고·홍보 실무자 △중장비 운전기능사 과정은 모집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몰려 당초 계획보다 정원을 늘려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온전히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 용인의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기숙사와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기술연수원 등을 개방해 숙소와 식사도 제공한다.

 

교육 종료 뒤엔 전문 컨설턴트의 취업 상담 서비스와 협력사 채용 박람회 등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 현판. 대전=이동수 기자

◆삼성 ‘청소년 CSR 생태계’ 구축하다

 

이 회장은 2018년 새 사회공헌 비전 ‘함께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aple)’을 발표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다고 알려진 청소년 등 미래세대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희망디딤돌 외에도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삼성드림클래스 △삼성푸른코끼리 △기능올림픽기술교육 등 청소년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 간 연계 사례도 생기면서 ‘삼성 CSR 생태계’도 형성됐다.

 

지난해 12월 수료한 SSAFY 9기 학생 중엔 희망디딤돌충남센터 출신 B씨가 주목을 받았다. B씨는 희망디딤돌을 통해 자립을 이룬 뒤 SSAFY에 입과해 2학기 특화 프로젝트에서 ‘유아 한글 단어 교육 앱’을 만들어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B씨는 “희망디딤돌과 SSAFY 덕분에 제 미래를 더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이 자립청년을 위해 주거, 진로 상담, 취업교육까지 모두 지원하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