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새로운 시대’(2024)와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2024)가 지금 상영 중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가장 유명한 두 시리즈의 최근작이 같은 시기에 극장가에 걸려 있는 것도 드문 일이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1968년에 첫 작품이 나왔고 1973년까지 다섯 편이 나왔다. 2001년에 팀 버튼이 연출한 1편의 리메이크작이 나왔고, 2011년부터 리부트된 시리즈가 지금까지 네 편이 나왔다. 워낙 1968년의 1편 자체의 반전이 영화 역사에서 유명해서 그 뒤로 나온 작품들의 충격은 1편을 능가할 수 없었다.
‘혹성탈출’ 시리즈 1편에서 외계 탐사를 위해 보낸 우주비행사들이 당도한 행성에서 원시 상태에 머문 인류를 발견하지만, 곧 이들을 사냥하는 유인원들에게 잡힌다. 우여곡절 끝에 유인원들에게서 탈출한 주인공 테일러가 결국은 인류가 핵전쟁으로 멸망했음을 알게 된다는 결말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속편은 아예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핵폭탄이 폭발해서 지구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난다. 3편부터 5편까지는 1, 2편에서 테일러에게 우호적이었던 유인원 과학자들이 우연히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이들 사이에서 나온 시저라는 침팬지가 인류에 대항해서 유인원의 봉기를 이끄는 지도자이자 메시아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즉, 핵전쟁에 대한 공포는 2편에서 끝나고 3편부터 5편까지는 지배층과 억압받는 계급적, 인종적 피지배층의 대립과 공존을 비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는 핵전쟁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계급, 성, 인종과 민족 문제가 1960년대에 주요한 사회 정치적 문제였기에 영화에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리부트된 ‘혹성탈출’ 시리즈는 핵전쟁이 아닌 인류의 지능이 퇴행하는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상황으로 바꾸었지만, 갈등하는 세력의 대립과 공존이라는 방향은 그대로 유지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