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맡기고 배당금… 공동영농에 소득 ‘쑥’

경북도, 전국 첫 ‘주주형 이모작’ 성과

문경 80개 농가 의기투합 법인 설립
110ha 농지 규모화 첨단농업 탈바꿈
벼 일모작 땐 생산액 7억여 그쳤지만
여름에 콩·겨울엔 양파로 24억 ‘껑충’
고령 농민들 “여유 만끽” 만족도 높아

“요즘 놀면서 돈을 버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경북 문경시 영순면에 사는 70대 김모씨는 요즘 마을 사람들과 관광지로 여행을 다니고 맛집도 찾아다니며 즐거운 노년 생황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2년 전만 해도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벼농사를 지었다. 영농철에는 은행 업무를 볼 짬을 내기조차 힘들 정도로 바쁜 일상이 계속됐다.



하지만 요즘은 경북도의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으로 마을 사람들과 여유로운 노년을 즐기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법인에 논을 빌려주고 배당소득을 받기 때문에 쉬면서 돈을 벌고 있다”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힘든 농사를 짓지 않아도 돼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활짝 웃었다.

경북도의 농업대전환 역점 시책이자 전국 최초로 도입한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 모델’이 쌀 생산은 줄이고 곡물 자급률과 농가 소득은 높이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은 농가는 주주로 참여하고 경영을 담당하는 법인은 이모작 소득작목 재배로 발생한 수익을 배당 형태로 지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영농 모델이다. 농가는 힘든 농사일을 안 해도 되고 법인은 ‘규모의 영농’을 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23일 도에 따르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문경시 영순지구는 60세 이상 고령농가가 대부분인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지난해 법인 대표를 비롯한 젊은 청년이 주축이 되고, 80개 농가가 의기투합해 공동영농을 위한 법인을 만들었다.

법인은 벼농사만 짓던 110㏊의 농지를 규모화해 여름철에는 콩을, 겨울철에는 양파와 감자를 심는 이모작을 했다. 노동 집약적인 개별 영농에서 벗어나 기계화가 가능한 첨단농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 결과 벼 단작 시 7억7900만원이던 단지 내 농업생산액은 경영비를 제외하고 이모작 전환 후 24억7900만원으로 세 배 이상 소득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에는 참여 농가 면적에 따라 3.3㎡당 기본 배당소득 3000원씩 총 9억9800만원을 지급해 벼농사 때보다 많은 소득을 돌려줬다. 여기에 농가가 영농 활동에 참여할 때 일반 농작업은 9만원, 농기계 작업은 30만원을 지급해 총 3억4100만원의 영농 인건비를 줬다.

올해는 작황이 좋아 전국 평균보다 15∼20% 많은 양파 5000t, 감자 900t의 수확이 예상돼 추가 배당이 가능한 상황이다. 도는 올해 농가 소득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는 지난해 문경과 구미, 예천 혁신농업타운 조성을 시작으로 올해는 특화 품목을 집중 육성한다. 영덕군은 가을배추·감자·양배추·양파를, 봉화군은 수박·토마토로 재배 방식을 전환했다. 또한 생산중심에서 농식품 가공 등으로 농업 영역을 확대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문경 영순지구를 통해 경북이 전국 최초로 시도한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 모델이 농업·농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혁신 사례를 도내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시켜 농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