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반대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는 8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시위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트리뷴 등 현지매체와 CBS 등에 따르면 최근 시카고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8월19일부터 22일까지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 기간에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정식을 방해하겠다고 사전 예고를 한 셈이다.
1968년 8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베트남 전쟁 반전 시위대 수만명이 전당대회장에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휴버트 험프리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명 수락 연설 직전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고, 험프리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대선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도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1968년 민주당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친팔레스타인 및 반전 시위라는 저항에 부딪혔다. 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의 만류에도 피란민이 집결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의 지상작전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슬림과 진보 지지층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분열도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연설을 보면 고심이 읽힌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축하 행사에서 “유대인들의 역사는 유연성의 역사”라며 “이는 가장 어두운 시절에도 고통과 박해, 희망과 기쁨의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행사가 10월7일 (하마스의 침공에 따른) 트라우마 위에 이뤄진 것을 알고 있다”며 “그날 이후 유대인들은 학살을 경험해야 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안전보장에 대한 약속과, 독립적인 유대국가에 대한 나의 약속은 철통 같다”며 “나는 항상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비롯해 적들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 팀들은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지속적 평화와 번영을 위한 ‘2국가 해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선 “영장 청구에 반대한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어떤 동일성도 없다”며 반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스라엘에 의한) 학살이 아니다. 우리는 이(체포영장 청구)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반유대주의에도 우려를 표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며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명문 흑인 대학 연설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 휴전에 무게를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슴 아프다. 그 가운데 무고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죽고 고통받고 있으며, 이는 인도주의의 위기”라며 “이 때문에 내가 즉각적인 정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즉각적 정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가자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2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2국가 해법이란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대등한 독립국으로 만들어 두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반적으로 차분한 교정에 도착했지만, 몇몇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일부는 항의의 표시로 바이든 대통령 연설 내내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최선의 상황이지만,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지역에서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라파 침공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민주당 내부의 친이스라엘 의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친이스라엘 정책을 강화하면 무슬림과 진보적 지지층이 이탈하는 식이다.
그 사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17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6%로 지난 2022년 7월 기록한 집권 이래 최저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의 38%와 비교해도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특히 외교 갈등 및 테러 문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응이 낫다는 응답이 전체의 36%를 차지, 바이든 대통령(29%) 지지를 웃돌았다.